'위기의 면세점'…면세한도 상향 등 개선 목소리 '절박'
JDC·JTO 면세점 2년째 부진
15개 품목, 6회 제한 완화 요구
시내면세점 면세한도 800달러
하이난, 일본 경쟁지보다 불리
일시적 상향 등 면세특구 여론
국내 면세점 업계가 전반적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제주지역 면세점은 더욱 어려움에 처해 있다. 외국인 중심인 시내면세점은 주요 고객인 중국인 단체관광객 감소와 소비 패턴 변화로 매출이 급격히 추락했고, 내국인 중심인 지정면세점 역시 소비 감소로 2년째 매출 하락을 겪고 있다. 면세점 업계의 하향세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정부 대책은 나오지 않아 위기를 타개하고 면세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과감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정면세점 품목제한 족쇄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에 의해 도내 설치된 면세품판매장(지정면세점)을 관세법에 따른 보세판매장으로 간주해 제주 방문객에게 17개 품목에 한해 800달러(약 113만원, 이하 4월 14일 환율 기준)까지 연 6회 지정면세점에서 구매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제주공항·제주항에, 제주관광공사(JTO)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성산항에 지정면세점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JDC 지정면세점의 매출액은 2022년 6585억원에서 2023년 5352억원, 지난해에는 4636억원으로 잠정 집계되는 등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JTO 지정면세점도 2022년 539억원에서 2023년 384억원, 지난해 331억원으로 감소폭이 큰 실정이다.
지정면세점들의 매출 감소는 2년째 지속되는 내국인 관광객 감소 추세에 더해 국민들의 소비 여력이 줄어든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판매 가능한 품목이 주류, 화장품, 담배, 시계, 향수 등 15개로 제한된데다 800달러 면세 한도로 인해 고급 브랜드는 아예 유치가 불가능한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지정면세점들은 국회를 통해 우선 연간 6회인 구매 횟수 제한을 연 12회로 늘리고, 품목 규제도 금지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판매를 허가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이 지난해 12월 27일 대표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는 지정면세점 품목·횟수 제한이 설정된 2002년 이후 20년 이상 지난 현재 시점까지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과 함께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내수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개정 취지를 담았다.
다만 현재까지 개정안이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돼 있고 처리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와 함께 법안의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를 설득해야 하고, 도내 소상공인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판매 금지 품목을 설정하는 작업도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제주지역에서 시행되는 지정면세점 제도를 벤치마킹해 중국 정부가 하이난에 대규모로 추진한 면세점들의 경우 다양한 규제 완화에 힘입어 매출이 급성장했다.
하이난 면세점들은 하이난에서 출국하지 않고 본토로 이동하는 내·외국인 모두 이용 가능하다. 중국 정부는 하이난 면세점들의 면세품목을 38개에서 45개로 확대했고, 본토로 돌아간 뒤에도 180일간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하이난은 연간 구매 횟수에 제한이 없고, 면세 한도는 3만위안(약 583만원)에서 10만위안(약 1943만원)으로 확대했다.
일본 오키나와 면세점은 품목 제한이나 구매 횟수 제한이 없고, 면세 한도는 20만엔(약 198만원)이다.
△시내면세점 "면세한도 상향"
외국인 관광객이 주 고객이었던 시내면세점들은 상황이 더 나쁘다.
롯데면세점 제주점과 신라면세점 제주점 모두 2019년 연 매출액 1조원 이상 실적을 거뒀지만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격히 악화된 이후 회복세가 더딘 실정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도내 외국인 면세점 입점객은 6만3922명으로 전년동기 6만6244명에 비해 2322명(3.5%) 떨어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액은 351억1728만원에서 274억5452만원으로 21.8%(76억6275만원)나 감소했다.
이는 외국인 객단가가 지난해 2월 53만120원에서 올해 42만9500원으로 뚝 떨어진 탓이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간 외국인 면세점 매출액도 4317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구매력 높은 40~50대 중국인이나 내국인이 중심이었지만 최근들어서는 MZ세대 등 가성비를 중시하는 연령층으로 주요 고객층이 변화하는 추세에 따라 객단가가 줄어들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하이난에 8만평에 달하는 대규모 면세점(CDFG, China Duty Free Group)을 조성한 이후 중국인 관광객들의 면세 쇼핑이 하이난으로 옮겨가는 추세도 더해져 매출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남부에 위치한 섬 지역인 하이난성을 세계 최대 면세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이 지역에 별도의 관세 체계를 갖춘 면세구역을 설립했다. 이는 자국민의 해외 면세점 쇼핑 수요를 흡수해 자국 경제성장에 활용하고 하이난성을 쇼핑 관광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2020년부터 하이난의 면세 한도를 3만위안에서 10만위안으로 3배 이상 늘리고 각종 혜택을 주면서 자국내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더이상 제주도내 면세점에서 쇼핑하거나 따이궁(보따리상)에 의존할 필요없이 짧은 국내 여행을 하면서 고급 상품을 면세로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도내 면세점 업계에서는 2023년부터 종전 600달러에서 800달러(약 113만원)로 상향하는데 그친 면세 한도를 시범적으로나마 늘려줄 것을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
20만엔(약 198만원)인 일본의 면세 한도에 비해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하이난 10만위안(약 1943만원)에 비해서는 17배나 차이나기 때문에 제주와 비슷한 위치의 면세점들과 경쟁을 위해 획기적인 상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제주관광업계 안팎에서도 제주도 전역에 면세 한도 3000달러(약 426만원)를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면세특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가 특정 지역이나 고소득자 등 특정 계층에 혜택을 준다는 등의 형평성을 이유로 조세제도 개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면세업계의 힘만으로는 추진이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도내 시내면세점들의 지속적인 매출 하락으로 업체당 1300여명(협력업체 포함)에 달했던 고용이 반토막 났고, 연관산업 피해까지 고려하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면세 분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도내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고용 하락으로 인한 피해나 하이난 지역의 성장 사례를 고려하면 제주지역의 면세 한도 상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제주 면세 산업을 육성함으로써 외국 쇼핑 수요를 흡수하고 내국인의 조세 회피를 줄이는 양성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