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주의 미래를 여는 중소기업협동조합
<7> 제주연식품사업협동조합

대두 공급불안 해결 위해 출범
공동구매로 공급안정, 품질 높여
지역 식품업계 숨은 허리 역할
대기업 맞서 산업생태계 지켜

제주연식품사업협동조합이 안정적 공급 체계를 유지하며 제주 두부 제조업계의 든든한 기반으로 기능하고 있다. 창립 이래 공동구매와 물류 조정, 품질 관리 등 개별 업체가 독자적으로 하기 어려운 핵심 역할을 수행해온 결과다. 제민일보(대표이사 사장 오홍식)와 중소기업중앙회 제주지역본부(본부장 현승헌)의 도내 주요 중소기업협동조합 기획 시리즈 일곱 번째로 제주연식품사업협동조합을 소개한다.

△1987년 두부업체들 모여 창립
제주연식품사업협동조합(이사장 김정훈)은 1987년 제주지역 두부 제조업체들이 모여서 창립했다. 당시에는 전통시장의 즉석 두부처럼 소규모로 생산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시대였다.

업체들은 개별적으로 대두를 구입하다보니 원료 가격이 불안정했고, 품질과 공급이 일정치 않은 문제도 있었다. 

게다가 소규모 업체가 많은 점도 대두 수출업체와의 가격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했고, 개별적으로는 물류와 운송에서도 제약이 많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부 제조업체들이 모여 1987년 12월 29일 '제주연식품(두부류)공업협동소조합'을 설립했다. 이후 1996년 '제주연식품공업사업협동조합'으로 명칭을 변경했고 2016년부터는 현재의 조합명칭인 '제주연식품사업협동조합'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동구매 비용절감 큰 역할
제주연식품사업협동조합의 가장 큰 기능은 조합원사들을 대상으로 대두를 공동구매하는 사업이다. 공동구매는 개별구매 대비 가격 변동폭을 줄일 수 있고 품질 표준화에도 유리해 조합이 출범한 이유이기도 했다.

조합은 수입산 대두를 안정적인 가격에 공동으로 구매해 조합원사들에게 공급함으로써 원료비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원료를 수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마다 조합원사들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실시해 개별 업체들이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고, 가격과 품질이 우수한 대두를 까다롭게 선정함으로써 지역 업체들의 비용 절감과 생산 안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제주 지역은 물류비나 창고비가 육지보다 높다는 단점이 있다. 조합이 출범한 후에는 수입 대두를 항만에 하역하고 임시 저장하는 일을 공동체계로 보완해 업체별 부담을 줄였다.

△세대교체, 조합 역할 더 중요
하지만 최근 몇년간 조합은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지속된 경기 침체와 가정식 소비 감소로 두부 소비량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조합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긍정적인 점은 두부 제조업계에서 빠르게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1세대 창업주가 은퇴하고 2~3세 경영인들이 본격적으로 운영을 맡으면서 공정 개선이나 신제품 개발 등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조합은 이러한 전환기에 조합원사들이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강화하면서 기술 개발 등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조합은 식품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공동 브랜드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조합원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제주콩으로 만든 공동 브랜드 상품을 개발해 출시하기도 했다. 이는 제주 두부산업의 고유성을 강화하고, 제주 농가와 지역 식품업계의 상생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대기업에 잠식돼가는 도내 두부 시장을 지켜내 지역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정훈 이사장은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은 지역 식품업계의 안전망"이라며 "37년간 해온 역할을 바탕으로 산업 기반을 지지하는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투명하고 효율적 운영으로 조합원사 실익 극대화"
[인터뷰] 김정훈 제주연식품사업협동조합 이사장

김정훈 제주연식품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우리 조합은 설립 초기부터 조합원사들과 함께, 안정적인 원료 확보와 비용 절감을 모토로 삼아왔다. 서로 협력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하는 정신을 유지하면서 어려운 시기에도 공동구매와 효율적인 운영으로 지역 식품산업 발전과 조합원사의 실익을 동시에 추구해왔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우리 조합의 특징은 조합원사 중심의 운영과 투명한 물량 및 가격관리로 조합원사들에게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원료 확보가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조합이 없었다면 업체들이 지금처럼 생산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 업계의 경영 사정은 쉽지 않다"며 "소비 부진 외에도 대형 식품기업들이 대량생산한 포장두부를 전국적으로 유통시키는 공장화 시대로 전환되면서 지역 두부 제조업체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조합의 원가 절감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고, 전국 조직인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와의 공동구매 사업이나 공동브랜드 개발 등 업계 생존의 기반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향후 조합 공동 브랜드 제품이 시장에서 안정적인 반응을 얻을 경우, 제주산 친환경 콩 계약재배를 확대해 이를 원료로 한 새로운 공동 브랜드 제품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농업과 식품 제조업이 연계되는 지속가능한 산업 모델 구축 구상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조합이 산업 기반을 지키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겠다"며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진출로 어려움에 빠진 도내 식품산업을 지킬 수 있도록 도민께서도 지역 업체를 많이 사랑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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