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환경·골목경제까지… 생활 현장서 움직이는 자생 조직
“작은 실천이 지역을 바꾼다”… 민관 협력의 생활 공공망

보여주기보다 ‘생활이 바뀌는 기부’

현장에서 뛰는 환경·안전·관광 질서 지킴이

지역 소비로 골목경제 살리는 자생 조직

“작은 행동의 연결… 민과 관이 함께해야 변한다”

17일 제주어류양식수협에서 ‘제45호 착하단(團)’ 현판전달식이 진행됐다.
17일 제주어류양식수협에서 ‘제45호 착하단(團)’ 현판전달식이 진행됐다.

제주시 19개 동 515명의 통장으로 구성된 제주시 통장협의회가 지역 복지와 환경, 골목상권까지 챙기는 현장 조직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제12대 회장으로 취임한 고남영 회장은 “통장은 행정의 보조이면서 지역을 가장 가까이에서 돕는 자생단체”라고 설명했다.

협의회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1대1 매칭 기부를 3년째 이어오며, 이불·선풍기 등 실생활 물품을 직접 선정해 취약계층에 지원하고 있다.

또한 연 1회 해수욕장 플로깅을 진행하고 통장 회의와 행사 등을 지역 업소에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골목상권 살리기에도 참여하고 있다.

고 회장은 “작은 행동이 모여 지역을 바꾼다”며 “민간과 행정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제주어류양식수협에서 ‘제45호 착하단(團)’ 현판전달식이 진행됐다.
17일 제주어류양식수협에서 ‘제45호 착하단(團)’ 현판전달식이 진행됐다.

△ 보여주기보다 ‘도움이 닿는 기부’

제주시 통장협의회는 2022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1대1 매칭 방식의 기부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통장들이 모은 금액만큼 모금회가 추가로 지원해, 지원 규모가 두 배로 커진다. 전달되는 물품은 회의에서 직접 논의해 정한다. 단순 홍보용 물품이 아니라 각 가정에서 오래 사용되는 필수품을 선정한다.

고 회장은 “이불을 지원한 해도 있었고 지난해에는 선풍기를 전달했다”며 “어떤 물품이 가장 필요할지 통장들이 직접 고민하고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대상자 정보와 생활 사정은 통장들이 평소 주민들과 만나며 파악한 결과다. 고 회장은 “형편이 어려운 가정일수록 조심스럽다”며 “받는 분들이 유용하게 쓰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기부가 목적이 아니라, 기부 이후의 생활을 실제로 돕는 것을 우선하고 있는 것이다.

△ 환경도, 지역경제도 ‘현장에서 뛰는 구조’

제주시 통장협의회는 매년 19개 동 전체가 참여하는 해수욕장 플로깅 봉사를 진행한다. 단순 쓰레기 수거만이 아니라, 해변 안전 안내, 환경보호 캠페인, 관광객 질서 계도 등이 함께 이뤄진다.

이는 자치 경찰이나 공공기관이 한정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를, 지역 기반 인력이 상시 보완하는 구조다.

또한 통장교육·워크숍에서는 행정 전달사항과 지역 현안이 함께 논의된다. 이 자리에서 실제 정책 반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의견이 전달된다.

고 회장은 “통장은 행정의 지시만 전달하는 조직이 아니라, 현장의 의견을 제일 먼저 모으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최근 협의회는 지역 골목상권 살리기 결의문을 채택했다. 통장 교육, 소규모 회의, 행사 장소를 지역 업소에서 우선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고 회장은 “골목상권이 어려운 현실을 통장이 가장 가까이서 보고 있다”며 “작게라도 지역에서 소비하고 지역과 함께 살아가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통장 조직이 지역사회 소비와 상생까지 연결된 사례다.

△ ‘지역에서 소비하기’… 골목상권 살리기 동참

통장협의회는 지난해부터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지역 소비 실천 결의문을 채택했다. 통장회의, 교육, 행사 장소를 가급적 지역 업소에서 이용하는 방식이다.이는 소규모 소비라도 반복될 경우 지역 상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고 회장은 “통장은 주민 민원을 가장 먼저 접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직접 확인하게 된다”며 “작은 소비라도 지역 안에서 해결하려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민과 관이 함께해야 지역이 바뀝니다”

“어느 한 단체가 해결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작은 행동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듭니다. 민과 관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통장은 지역의 문제를 가장 먼저 보고, 주민의 요청을 가장 먼저 듣는 조직이다. 정책 전달도 하지만, 정책의 필요성을 현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조직이기도 하다.

고 회장은 “통장은 거창한 일을 하려고 하는 조직이 아니라, 작은 도움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그 자리를 지키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눈에 띄지 않아도, 꾸준한 도움이 지역을 바꿉니다”

 

고남영 제주시 통장협의회장
고남영 제주시 통장협의회장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만듭니다. 특별한 일을 해야 바뀌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필요한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지역을 지키는 힘입니다”

고남영 제주시 통장협의회장은 통장의 역할을 ‘눈에 띄지 않지만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생활 공공망’이라고 정의했다.

고 회장은 제11대 제주시 통장협의회 사무국장(2023~2024)을 거쳐 2025년 1월 제12대 회장에 취임했다.

민원 현장부터 복지 사각지대, 골목상권, 어린이 안전, 지역 환경까지 지역 생활 전반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온 실무형 리더다.

고 회장은 “통장은 행정의 지시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민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듣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통장들이 먼저 파악한 이웃의 어려움과 생활 문제는 19개 동 행정을 움직이는 실질적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은 고 회장에게 ‘도움은 멀리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마을 안에서 쌓이는 힘’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3년째 이어지는 통장들의 1대1 매칭 기부, 해수욕장 플로깅, 지역 상권 이용 실천 등이 그 예다.

고 회장은 “작은 기부, 작은 소비, 작은 봉사가 쌓이면 지역이 바뀐다”며 “누군가의 도움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장은 누군가를 대신해 일해 주는 직책이 아니라, 이웃을 위한 가장 가까운 손이 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고 회장은 앞으로도 행정과 민간이 함께 서야 지역이 유지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제주 19개 동 통장들과 함께 지역 현장을 지키는 역할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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