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힌' 대한민국

내 이름은 '미세먼지'!
피부·호흡기·뇌질환 등
병 일으키는 말썽꾼이지
그러나 날 만든건 인간들
공사·건축·자동차 먼지가
공기 중에 떠돌다 생기지
해롭다 미워만 하지말고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해
나는 '미세먼지'입니다. 고백하자면 '숨 막힌' 대한민국의 주역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인기 아이돌보다도 더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제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해 알려주는 것은 다반사가 됐고 연관검색어도 수두룩합니다. 누군가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지도 모른다는 우스개를 할 만큼 하루가 멀다 하고 제 얘기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일일이 살피지 않아도 좋은 얘기는 하나도 없습니다. 악플에 상처받고 견디다 못해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될 정도입니다. 내가 왜 이렇게 미움을 받는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돌이켜 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라는 곳에서 '중금속으로 이뤄진' 내 형제(초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적극적인 관리를 권장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나와 내 형제들이 어디서 뭘 하든 모른 척 내버려뒀습니다.
다른 환경선진국들에 비해 우리에 대한 관심이 2~3배는 느슨하다고 했습니다. 사실 나는 '착한 아이'는 아닙니다. '말썽꾼'인 걸 인정합니다. 나로 인해서 피부질환, 호흡기질환, 심혈관계 질환, 뇌질환 등이 유발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내가 흥이 나 돌아다닐 때면 호흡기질환자나 노약자, 임산부, 영유아는 외부활동을 자제해야 합니다. 내가 봐도 미움을 사기에 딱 적합하지만 조금은 억울한 부분도 있습니다.
태생적으로 '미운털'이 박혀 있기는 하지만 수많은 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 졌습니다.
나는 '머리카락의 10분의 1 크기인 입자 직경이 10㎛ 이하인 먼지'입니다. 이보다 더 작은 직경 2.5㎛ 이하인 분진은 초미세먼지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간혹 황사 얘기를 하지만 나와는 분명 다른 차이가 있습니다. 황사는 찾아올 때 "니하오"하고 인사를 합니다. 중국에서 왔다는 얘기입니다. 나는 우리말을 합니다. 지역에 따라 걸쭉하거나 담백한 사투리도 쓸 줄 압니다. 사람들이 생활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나는 주로 건축이나 건물해체나 석탄이나 석유 연소 과정, 비포장도로 등에서 발생합니다. 어딘지 익숙하시죠?. 요즘 제주도는 바쁩니다. 고개만 돌리면 새로 집이나 건물이 지어지고, 반듯한 길이 납니다. 멀쩡한 집을 허물어 다세대주택을 만들기도 하고 낡은 집이 카페 등으로 변신하는 것도 일상이 됐습니다. 제주의 건축 인허가 증가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란 얘기에 이제는 놀라지도 않을 정도입니다. 자동차는 또 어떤가요. 벌써 36만대입니다. 도민 1인당 자동차 보유대수가 0.75대로 전국 평균(0.41%)을 훌쩍 앞섭니다. 렌터카까지 쏟아지면서 주차전쟁까지 치열해졌습니다.
'에어코리아'인가요. 나를 24시간 365일 한치도 놓치지 않고 관리해 주는 곳도 생겼고, 내가 나타났다고 알려주는 시스템(미세먼지 예.경보제)도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나에 대한 미움이 덜어졌냐고요? 글쎄요. 누군가는 나를 마케팅 아이템으로 활용하면서 앞에서는 좋은 표정을 짓습니다. 또 누군가는 나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푸념합니다. 내게 '존재의 이유'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내가 미우세요. 그럼 오늘부터 차는 세워두고 걸어 다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