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년시대 인생 3모작 꿈꾸는 5060 <6>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희망플러스센터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희망플러스센터 재취업 과정 중장년에 높은 인기
수료생 "자격증 따며 제2 인생 대비…기술은 분야 막론 가치 있어"

일하겠다는 청년이 넘치지만 이들에게 만족할 만한 연봉과 정년 보장을 해주는 직장은 많지 않다.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수가 적고 분야도 한정적인 제주도에서는 더욱 그렇다. 때문에 제한된 일자리를 놓고 청년과 경쟁해야 하는 제주의 5060세대들에게는 사회적 차원의 노력 외에 자신만의 특별한 '경쟁력'이 요구된다.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희망플러스센터가 운영하는 중장년 재취업 과정과, 이를 통해 '기술' 분야에 도전하고 있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5060 세대를 만나 생생한 경험을 들어본다.

△ 건설기계·냉동공조 높은 인기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학장 현창해) 희망플러스센터(센터장 김경모)는 제주지역 만 40세~65세 중장년층의 재취업을 위한 교육과정을 마련해 올해 43명의 중장년 교육생을 배출했다.

전국의 폴리텍대학의 신중년 재취업과정 개설은 매년 사전 수요 조사를 통해 과목을 결정하는데, 제주지역에서는 설비 관련 수요가 많았다. 

제주폴리텍대학 희망플러스센터는 수요에 따라 올해 지게차 및 굴삭기 등 건설기계 정비·실무를 배우는 '건설기계정비운전'과 각종 배관과 용접기술·냉동공조설비 운영 실무 등으로 이뤄진 '냉동공조설비' 과정을 개설해 각각 240시간씩 운영했다. 교육은 3개월 과정으로 주중 하루 6시간씩 진행했다.

제주에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고, 전액 국비로 무료 교육이 이뤄지다 보니 20명의 냉동공조설비 과정의 경우 76명이 몰려 3~4시간에 걸쳐 면접으로 교육생을 뽑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올해 중장년 교육생들의 뜨거운 열의는 숫자가 보여준다.

23명의 교육생을 배출한 건설기계정비운전 과정은 교육생 전원이 소형건설기계조종교육 이수증을 발급받았고, 교육기간 내 16명이 지게차운전기능사, 14명이 굴삭기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 및 창업을 하는데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냉동공조설비 과정은 20명의 교육생을 배출해 교육기간 내에 응시했던 국가자격필기시험에서 16명의 교육생이 한종목 이상 합격했고 두가지 종목 이상에 합격한 수료생도 다수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희망플러스센터는 앞으로 진행될 과정도 사전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도내 취업 동향을 파악해 꼭 필요한 과정을 개설하고 과정 수료 이후 해당 자격증과 전문기술 습득으로 중장년층 취업과 창업을 활성화 한다는 목표다.

올해 6월부터 지난 2일까지 냉동공조설비 과정을 이수하고 지난 2일 수료식을 위해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희망플러스센터를 찾은 현창주씨(사진 왼쪽)와 김성남씨(오른쪽).

△ 생소한 기술 배우며 미래 자신감 키워

올해 6월부터 지난 2일까지 냉동공조설비 과정을 이수하고 현재 공조냉동기계기능사에 도전하고 있는 김성남씨(54·남원읍 남원리)와 현창주씨(53·성산읍 시흥리)는 중장년들에게 '기술'을 통한 제2의 인생 설계를 적극 권했다.

냉동공조설비과정은 2017년 미래성장동력 개편학과 그린에너지설비과에서 건물의 냉·난방 시스템과 중앙통제방식 등 공조시스템을 배우는 과정이다. 또한 CAD와 전기회로, 배관, 가스용접, 전기용접 등 다양한 분야의 시설관리에 대한 커리큘럼이 포함되어 있다.

화장품·식품 제조업에 종사해온 현창주씨는 제조업을 계속하고 싶지만 앞으로 다뤄야 할 설비가 만만치 않아 희망플러스센터를 찾았고, 어학과 일본어 통역 일을 했던 김성남씨는 창업과 관련해 필요한 설비 기술을 배우러 온 경우다.

현씨는 "고급 마유제품 생산을 플랜트화 하고, 제주의 특성을 살려 공방·체험공간 등 수요를 만들며 나가는 것이 목표"라며 설비 관리 능력을 관건으로 꼽았다. 설비 숫자부터 만만치 않은 것은 물론 기성품이 아니다보니 관리비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현씨는 "일단 목표를 세우고 나니 설비 관리 기술을 배우는 일이 중요해졌다"며 "자격증을 따는 것 자체가 목표라기보다 시설을 관리·개선하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으로 기술을 배우게 된 김성남씨는 "본업은 어학이지만 요리 경험도 있어 요식업 쪽으로 창업할 계획"이라며 "가게를 차리는데 전기, 용접, 재단 등 많은 기술이 필요한 만큼 여기에서 배워 할 수 있는 일들은 직접 할 생각으로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술을 배우니 일상생활에서 전기나 보일러, 냉방 등 기초적인 주택관리에 '생활의 지혜'랄까, 무엇이든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며 "가스와 열에너지, 공조 등 설비 관련 자격증을 따면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아진다는 사실도 여기에서 알게 됐다"며 미래를 고민하는 중장년들에게 적극 권했다.

베이비붐 세대이자 신중년인 이들은 공통적으로 '나이'에 대한 고민이나 새로운 분야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다.

현씨는 "나이가 들다보니 두려움이 적지 않다. 결정력이나 추진력이 젊은 사람보다 떨어질 수도 있다"며 "해왔던 일이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이 어려웠지만 이제 익숙해졌고, 몰입하면 길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씨는 "50대 중반을 뽑는 기업도 별로 없을 것이고, 취업한다고 해도 젊은 관리자와 어떻게 지낼지 막막하기도 했다"며 "기술을 배우는게 나을 것 같았다. 요식업 쪽이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경영 외에 요리, 설비관리까지 직접 해서 최대한 성공 확률을 높인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경험에 비춰 신중년의 새로운 도전과 기술을 배우는 일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현씨와 김씨는 "했던 일과 거리가 있으면 도전하기 쉽지 않다. 특히 제주는 타 분야를 시작하기 쉽지 않아 음식점, 카페 등 일부 업종에 몰린다"며 "기술을 활용하면 보이지 않았던 틈새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새로운 분야를 포함한 제2의 인생에 대한 방향성은 있어야 하겠지만 그러한 비전도 '멀티'가 필요하다"며 "전문기술을 배우면 접해보지 않은 분야에도 자신감이 생기고, 생각하지 않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취재팀=윤주형 사회부 차장, 김봉철 편집부 차장

김경모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희망플러스센터장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서도 기술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재취업을 고민하는 중장년층이나 퇴직에 앞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40대에게 전문적인 기술 한가지 만으로도 넓은 취업문이 열린다는 사실을 꼭 알리고 싶다"

김경모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희망플러스센터장은 재취업을 목표로 하는 5060세대를 위한 맞춤 솔루션으로 '기술'을 꼽았다.

김 센터장은 "올해 교육생들이 배운 건설기계 정비·운전은 건설경기에 따라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안정적인 수요로 재작년에도 운영됐던 인기 과정"이라며 "냉동공조설비 과정 역시 각종 설비에 대한 배관·용접·정비 등을 배우고 나면 대규모 시설이나 기업, 관광지 등에 취업할 곳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우리나라의 제도나 사회분위기가 안전을 강조하면서 예전에는 자격증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던 설비 관리가 요즘에는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를 반드시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 분야는 아직까지 청년들과의 경쟁도 적어 중장년에게 매우 적합한 재취업 일자리이기 때문에 더욱 많은 중장년들이 희망플러스센터의 문을 두드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또 "제2의 인생설계에 든든한 안전판이 되어 주는 기술은 배우는데 몇년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며 "폴리텍대학에서 3개월간 집중적으로 재취업 과정 교육을 받으면 1개 자격증은 물론 2개 이상을 취득하는 교육생도 많다. 중요한 것은 열의를 갖고 도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폴리텍대학은 전액 국비로 무료 교육이며, 식사와 월 최대 25만원의 훈련수당, 교통비까지 제공한다"며 "각 과정과정 종료 이후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 만족도가 매우 높았지만 '교육기간이 더 길었으면 한다' '실습 비중을 늘려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의견에 공감하며 이후 개설되는 과정에서는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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