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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도적을 만든다해적(海賊)을 두고 '그들의 호소력은 가난하고 약한 사람도 공포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있다'는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약한 자란 없는 자들이다. 없기 때문에 약한 것이고, 없을 수밖에 없는 원인이 있기에 없게 된 것이다. 없는 자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도적질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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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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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를 꿈꾸게 하는 현실 기근과 질병은 서로가 교호하는 것처럼 기생한다. 인간을 비참하게 만들고, 한 사회를 위태롭게 만드는 이것들은 국가의 존속 문제로 귀착된다. 좋은 사회란 공동체가 풍요롭고 안정된 사회를 말함이다. 복지 혜택이 골고루 개개인에게 돌아가고, 노동의 기회와 균등한 분배가 보장되는 사회는 매우 멀기만 하다. 사람들은 때때로 유토피아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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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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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질병을 교류한다 인간의 수명(壽命)은 천명(天命)이라고 했으나 역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인간의 수명(壽命)은 분명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땅에 있었다. 즉 인명(人命)은 여러 가지 조건을 만든 땅의 원인에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질병(disease)이 으뜸이다. 전쟁, 자연재해, 사고 또한 인명을 위협하는 다른 요인들이다. 인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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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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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왕 루이 16세는 세계일주 탐사 항해를 계획했다. 그는 모피무역으로 돈을 벌고 있는 영국을 견제하고자 했고, 미지의 지역을 탐험한 후 새 식민지를 삼으며 해양국가의 면모를 과시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급기야 1785년 8월 1일 해군 장교 출신인 탐험가 페루즈를 탐험대 총지휘자로 임명하고, 새로 진수된 프리깃(Frigate)함 부솔호(Bou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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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3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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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외방전교회 1831년 9월9일 교황 그레고리오 16세(Gregorius ⅩⅥ)는 두 가지 교서를 발표했다. 조선교회를 중국 북경교구로부터 분리시켜 "조선왕국을 당장 새 교구로 설정하라" 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파리외방전교회(巴里外邦傳敎會) 소속의 브뤼기에르(B. Bruguiere) 신부에게 "지금 그대를 본인과 교황청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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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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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민중이 낸다역사에는 가설이 없다. 또한 역사를 되돌릴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사건의 원인을 규명할 때 가설을 세운다. 역사에서는 절대적으로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상력이 없는 역사는 메마른 황무지에 핀 꽃과 같다. 그 시들어가는 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신축민란(辛丑民亂)이란 말은 봉건왕조의 용어다. 신축년인 1901년, 제주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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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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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권력에드워드 톰슨(Edward Thompson)은 「관습과 문화(Custom and Culture)」에서 '문화를 두루뭉수리 용어(clumpish term)'라고 불렀다. 그는 문화는 차이를 감추고 "우리를 부추겨 지나친 동의와 전체론적(holistic) 관점으로 향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문화 속에는 각 계급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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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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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리바이어던 제국주의 유럽 국가에 의해 그어진 국가의 경계들은 식민주의와 경제 팽창의 기초였다. 그들이 장악한 국가나 도시의 영토적 경계들은 생산과 소비의 흐름을 쉽게 하기 위해 때로는 원자재나 원료의 공급지로 이용되거나 때로는 완성된 상품의 소비 시장으로 기능한다. 안토니오 네그리(Antonio Negri)의 말처럼 '유럽의 제국주의는 유럽 국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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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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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 흑우 훔쳐간 영국 군함19세기 조선 해역에는 빈번하게 이양선이 출몰했다. 이것은 쇄국을 고집했던 조선의 어두운 먹구름이었다. 아시아에 동인도회사의 식민지 거점도시가 건설되면서 열강의 쟁탈은 아시아를 제국주의자들의 시장과 원료공급지로 추락시켰다. 조선의 이양선의 출몰은 서양의 위력을 제대로 알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제주도 최남단 해역에도 이양선(異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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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8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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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사회적 네트워크의 산물'장소는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장소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관계를 설정하는 말로서 그냥 주어진 위치가 아니라 부단한 인간 활동의 산물이며, 시간을 통해 규정된 사회적 네트워크의 공간이다. 어떤 지도상의 장소도 사회적 관계를 떠나서는 설명할 수가 없다. 지리상의 국가나 지역의 역사적인 흥망성쇠(興亡盛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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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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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의 탈출 나가사키의 데지마(出島) 총독은 하멜 일행에게 물었다. 그들은 모두 쉰 네 개의 질문에 답했다. 문: 어디에서 좌초되었으며, 사람들은 몇 명이었고, 대포는 몇 문이 있었나? 답: 조선의 제주도라는 곳이며 64명이었고, 대포는 30문이었다.문: 배에 싣고 있던 짐은 어떤 것이고, 그 짐들은 어디로 가져가려고 했나? 답: 우리는 대만에서 일본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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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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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은 앞날이 캄캄했다.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아름다운 스페르웨르호가 눈앞에서 순식간에 파도의 먹이가 되는 것을 보니 더욱 겁이 났다. 그리고… 또, 여기는 어딘가? 시커먼 암초들이 파도가 칠 때마다 상어이빨처럼 으르렁거리며 드러났다가 금새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이름 모를 섬, 여태까지 이런 공포스러운 검은 섬의 풍경은 본 적이 없었다. 갑자기 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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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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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뱃길의 공포, 여제주의 해안은 멀리 남태평양을 건너오는 물결로 온종일 하얗게 부서진다. 남방의 꽃과 향기를 머금은 듯 바람의 냄새마저 상서롭다. 바람코지(바람이 강하게 부는 곶) 빌레왓(돌밭)에 시간의 지층을 쌓아온 땅의 기억은, 섬사람들의 몸의 기억으로 남겨졌다. 제주도의 화산 활동은 제3기 말인 플라이오세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산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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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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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배의 항해 목적"아! 원통한 혼이시여! 오히려 무슨 말을 하겠나이까. 관(官)이 비록 죽이지 않았더라도, 그 죽음은 죽인 것과 같습니다. 쓸모없는 나무로 배 만든 것을 처음부터 살피지 못하였습니다. 공(公)적인 일을 맡은 것이니, 역시 사사로이 나간 것과는 다릅니다. 세 가닥 닻줄이 함께 묶였는데, 어찌하여 먼저 떠났습니까. 큰 바다는 끝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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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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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싣고 떠나는 덕판배 동풍 부는 초하루 햇살 밝은 조천포구 (東風初日昭朝天) 20척 말 실은 배 띄워 보내네 (泛送卄舟수載馬船) 멀리 바라보니 배 속의 말 보이지 않고(遠望不見船中馬) 다만 배의 쌍 돛만 보이네(但看船有雙帆懸) 듣건대 화류(화馬留;名馬) 몇 백 필을(聞道화馬留百千匹) 감리(監吏)가 해마다 호송한다하네(監吏押領年復年) 위 시는 말을 싣고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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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3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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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탐라배의 물길탐라가 일찍부터 마한, 고구려, 백제, 신라, 일본, 당나라 등과 교역한 것은 섬의 생존 방식이었다. 특히 탐라배(耽羅船)에 대한 기록을 중시할 때, '신라에 탐라인 고 후(高厚), 고 청(高淸)과 그의 아우 등 3명이 배를 만들어 타고 바다를 건너 탐진(耽津)으로 신라에 입조했다'는 사실은 탐라배(耽羅船)의 실증자료라고 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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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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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가 배를 바친 까닭잃어버린 탐라해양문화사에 힘을 실어주었던 덕판배. 다시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린 그 배의 실종은 복원된 문화사의 파괴와도 같았다. 이미 자신의 '탐라배'로 주변국의 물길을 오갔던 탐라의 역사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90년 가까이 고려에 토산물로 조공(朝貢)을 바치던 탐라는 다른 해와 달리 현종(顯宗) 8년(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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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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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교란시키는 기준 털벙거지와 개가죽 옷을 한복(韓服)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옷은 제주인들에게는 소중한 나들이 옷이었다. 갈치국과 찰래(젖갈과 무를 함께 끓인 반찬)를 한식(韓食)이라 부르지 않고 향토 음식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제주인들이 한식(韓食)을 육지의 음식으로 이해하듯 육지배(陸船)인 한선(韓船)을 제주배(濟州船)로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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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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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따라 변하는 수군제도배의 크기는 전선(戰船)인 경우 전투력과 상관이 깊고, 조운선(漕運船)은 세곡(稅穀)을 운반하기 때문에 국가의 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광해군 7년(1615), 전선의 크기를 3종류로 정하되 저판(底板)의 길이를 기준으로, 통제사나 수사(水使)가 타는 대선(大船)은 70척(尺), 중선(中船)은 55척(尺), 소선(小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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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일보
2008.09.0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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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사회를 변화시킨 자연재난 임진왜란이 조선과 중국에 가져다 준 상처는 매우 컸다. 그러나 이 임진왜란이 이들 사회의 성격을 바꾸어 놓지는 않았다. 정작 조선과 중국의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자연재해에 의한 생산력의 저하가 원인이었다. 명나라가 임진왜란의 참전 부담으로 국력이 쇠약해졌고, 임진왜란으로 조선 사회의 위기가 고조된 것은 부인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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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6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