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후대 전승 다크투어로 1. 프롤로그

해안·중산간 등 산재…도내 전역 802곳 달해
인력·예산은 부족…2019년 획일적 지침 지적
안내판 부재 28%…사실관계 잘못 전달 우려
후대 전승 공감대 중요…"교육적 가치 접근"

제주4·3이 어느덧 7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제주4·3특별법 개정 등 성과는 많았지만 후대 전승을 위한 작업은 여전히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에 역사라는 이름으로 감춰졌던 도내 산재한 4·3 유적지에 대한 활용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4·3 유적지의 경우 기억의 역사에서 기록의 역사로, 그 기록을 또다시 미래세대에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교육 현장이기 때문이다. 제민일보는 진실은 물론 평화와 인권이라는 역사적 교훈 가치를 확산하고 전국적 공감대 형성을 목적으로 과거사 해결에 기여하기 위한 '제주4·3 후대 전승 다크투어로'를 연재한다.

△제주도 전체가 '잃어버린 마을'

제주4·3 유적지는 제주도 해안가를 비롯해 중산간까지 산재해 있다. 당시 군경토벌대는 제주 해안선으로부터 5㎞ 이외 지역 통행을 금지하고 중산간 마을 초토화작전을 전개하면서 도내 곳곳에서 도민들이 무참히 희생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산간 마을 95% 이상이 불타 없어졌으며 제주4·3위원회가 확정한 희생자 수만 1만5000여명에 이른다.

진상조사보고서는 당시 인명 피해를 제주도 인구의 10분의 1 이상인 2만5000명~3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섬 전체가 '잃어버린 마을'인 셈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내 4·3 유적지는 모두 802곳(제주시 473곳·서귀포시 329곳)에 달한다.

하지만 도내 산재한 4·3 유적지를 관리할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의 유적지에 대한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로 드러난 '30년'

최근 제주4·3의 비극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적지인 '다랑쉬굴' 정비사업이 물꼬를 튼 가운데 향후 체계적인 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도내 유적지 유형과 특성은 학살터, 수용소, 주둔소, 잃어버린 마을 등 다양하지만 2019년 수립된 '제주4·3 유적지 종합관리 계획'에 따라 획일적으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올해 특별교부세 7억원을 투입해 다랑쉬굴 4·3 유적지를 정비키로 했다. 앞서 도가 다랑쉬굴 유해 발굴 30주년을 맞아 유해 발굴 현장의 보존·정비가 시급하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다랑쉬굴'은 1948년 12월 18일 구좌읍 하도리, 종달리 주민이 피신해 살던 곳으로 30년 전인 1992년 사라진 마을을 조사하던 제주4·3연구소에 의해 발견돼 세상에 존재를 알렸다.

당시 군경토벌대에 의해 다랑쉬굴 내 13명이 집단 희생당했으며 제민일보 4·3특별취재반의 현장 조사로 1992년 3월 29일 11구의 유해와 이들의 피신 생활을 짐작하게 하는 각종 그릇과 항아리, 주전자 등 생활용품이 발견되기도 했다. 즉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돌았던 비극적인 소문이 진실로 밝혀진 것이다.

이후 이들 유해는 안장되지 못하고 정부의 압력에 의해 서둘러 화장돼 바다에 뿌려졌고 입구도 봉쇄됐다.

이처럼 감춰졌던 역사를 후대에 올바르게 알리기 위해서는 단순 정비를 넘어 관리 당국은 물론 도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오류도 수두룩

도내 800여개의 제주4·3 유적지에 대한 교육 현장 활용에는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안내판 설치가 미흡한데다 안내판 내용에도 오류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실제 (사)제주다크투어가 2020년 7월부터 도내 4·3 유적지 100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담은 '다시 쓰는 제주 100년의 역사' 자료집에 따르면 전체 28%인 28곳에서 유적지 안내판이 부재했다.

대표적으로 제주4·3의 도화선이 됐던 3·1절 발포사건이 일어난 관덕정에는 건축 사실만을 기록하고 있을 뿐 당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지 않았다.

또 다른 유적지의 경우 역사적 장소가 항일 운동과 4·3의 기억을 공유하는 곳임에도 항일 운동과 관련한 내용의 안내판은 있지만 4·3 내용은 기록돼 있지 않다. '폭도'와 '폭동'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안내판도 있었으며 번역 오류 등도 일부 확인됐다.

이는 제주4·3의 역사적 사실을 후대에 알리는 작업이 자칫 잘못된 역사로 전승될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지속적인 유적지 정비와 체계적인 관리 계획 수립은 물론 다크투어를 연계한 전승 작업 등이 요구되고 있다.

양성주 (사)제주다크투어 대표는 "유적지에 대한 안내판 설치도 중요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정확하게 기재할 필요가 있다"며 "다크투어를 연계한 방안 역시 관광객 유치에 몰두하지 않고 제대로 된 4·3을 교육적·문학적 가치로 접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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