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후대 전승 다크투어로 4.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한국전쟁 포로수용소 거제도 결정…내부 이념 갈등 지속
폐쇄 후 1999년 다크투어 명소 재탄생…인식 재정립 유도
평화·공존 미래 가치 제시…1500만명 방문 등 인지도 ↑
1950년 6월 25일 우리나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발생했다. 북한의 남침을 시작으로 발발한 한국전쟁이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까지 이어지면서 한반도를 피로 물들인 것이다. 특히 전쟁 중에 늘어난 포로를 수용하기 위해 1951년부터 거제도 고현과 수월지구를 중심으로 포로수용소가 설치됐다. 이후 포로수용소는 1983년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99호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으며 생생한 자료와 기록물들을 바탕으로 전쟁 역사의 교육장은 물론 세계적인 다크투어 명소인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으로 재탄생했다.
△당초 후보지 제주
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발발한 한국전쟁은 수많은 인명피해와 사회적 기반을 뿌리째 흔들어 우리 민족에게 갖은 고난과 고통을 안겨줬다.
3일 만에 수도 서울이 함락당하자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유엔군의 파병을 결정했지만 이후 중국군 개입으로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하면서 현재의 휴전선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국군 및 유엔군 인명피해(전사·사망·실종·포로)는 77만2608명에 달한다. 북한군도 64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유엔군사령부는 포로의 수가 증가하고 수용·관리하는 문제에 직면함에 따라 이를 분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한 것이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시작이다.
이때 유엔군사령부가 수용소 후보지로 생각한 섬이 제주도였다. 전선에서 멀리 떨어지고 육지와도 격리된 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난민으로 초만원 상태 △사용할 물 부족 등의 이유로 제주가 적절하지 않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나왔다. 당시 최대 17만3000명의 포로 등이 제주로 수용될 경우 인구가 2배로 늘어나면서 많은 경비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결국 섬이라는 조건과 육지로부터의 이동 거리 등이 고려되면서 포로수용소 이전 장소로 거제도가 최종 결정됐다.
△또 하나의 전장
이념적인 갈등은 한국전쟁을 넘어 포로수용소 내에서도 지속됐다. 포로들은 북한 인민군 군가를 부르거나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선동적인 연설을 하고 미국인을 증오하는 구호를 외쳐대는 등의 저항 행동이 일어난 것이다.
특히 반공포로와 친공포로 사이에서 유혈 살상이 자주 발생했으며 1952년 5월 7일에는 수용소 사령관 돗드 준장이 포로에게 납치되는 등 냉전 시대 이념 갈등의 축소 현장과 같은 모습이었다.
이어 1953년 6월 18일 한국 정부의 일방적인 반공포로 석방을 계기로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조인됨으로써 전쟁은 끝났고 결국 포로수용소는 폐쇄됐다.
△복합 시설 탈바꿈
이후 전쟁의 아픔과 평화·안보 등 역사의 교육장으로 수용소를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었다. 1983년 포로수용소 잔존 유적에 대한 문화재 지정 이후 대대적인 유적 자료 수집이 전개되면서 1999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으로 재탄생했다.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단일시설 내에서 잔존 유적지뿐만 아니라 관련 유물 및 아카이브 자료, 전시조형물 등을 모두 관람할 수 있는 복합 시설로 탈바꿈한 것이다.
특히 생애주기별 맞춤형 역사 교육프로그램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문 학예연구사가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초점을 맞췄으며 온라인 전시 영상과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포로수용소의 현장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게 구성됐다.
아울러 평화와 공존의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확장된 공간으로 대중의 역사 인식 재정립을 유도하면서 개관 이래 누적 방문 인원은 대한민국 인구의 약 30% 수준인 1500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4·3 유적지 다크투어 역시 교육과 체험이 연계된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인지도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양경익 기자
[인터뷰] 이수권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관장
"제주 전역에 분포된 4·3 유적지마다 가진 스토리텔링을 발굴하고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수권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관장은 제주4·3 유적지 다크투어 활성화를 위해 각각의 의미를 확대하고 강화한 콘텐츠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제시했다.
이 관장은 "역사를 잊지 않으면 미래의 교훈이 되고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며 "이처럼 올바른 과거사 전승은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고 미래 세대들의 중요한 나침판 같은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확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며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단순 상품보다는 다크투어 본래의 목적을 잃지 않으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주4·3에 대한 세대별로 세분화된 교육프로그램이나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며 "접근성 강화도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지자체나 정부의 관심"이라며 "유적지의 보존과 교육적 가치를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을 지속해서 투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경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