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90만명 168.7% 폭증…내국인 대신 유입 관광 활성화
반면 악용 사례 이어져…유골함 훔쳐 도민 상대로 돈 요구도
마약 경로·무단이탈 등도 우려…"보완 등 제도적 장치 필요"

속보=최근 제주지역에서 연이은 외국인의 강력범죄에 이어 중국인 2명이 도내 한 사찰 납골당 내 봉안돼 있던 유골함까지 훔쳐 달아나는 반인륜적 사건(본보=2025년 2월 26일자 4면·2월 27일자 4면·2월 28일자 2면 등)까지 발생하면서 무사증 제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앞서 무사증 제도는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 정책 일환으로 도입돼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기여하고 있다. 반면 이를 악용한 외국인 범죄가 잇따르며 부작용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관광 활성화와 치안 유지 등 무사증 제도에 대한 손질이 요구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증

제주도는 모두 100여개국 외국인이 비자 없이 30일간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무사증 입국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앞서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중단된 이후 2022년 무사증 제도는 재개됐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며 도내 관광 활성화 등에 한몫하고 있는 실정이다.

9일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올해 입도 관광객은 모두 207만165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내국인은 180만5740명, 외국인은 26만5910명 등이다.

특히 지난해에만 190만5696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오며 2023년 70만9350명 대비 168.7% 폭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기준 입도 관광객 98만4715명 중 외국인은 12만1132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내국인은 6.6% 감소한 반면 외국인은 19.8% 늘어난 셈이다.

세부적으로 외국인 관광객 12만1132명 중 중국인이 9만6964명으로 전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대만 10만422명(8.6%), 홍콩 2163명(1.8%), 일본 1967명(1.6%), 싱가포르 1512명(1.2%) 등 순이다.

이처럼 도내 입도 관광객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무사증 제도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내국인 관광객 자리를 채우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부작용 어쩌나

반면 무사증 제도로 제주에 입도한 외국인 범죄가 끊이지 않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18일 무사증으로 입국한 중국인 2명이 도내 한 사찰 납골당에 봉안돼 있던 유골함 6기를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도민을 상대로 한 범죄다.

이들 중국인은 사전에 세 차례 해당 사찰을 답사하며 마치 유골을 봉안할 것처럼 행세하면서 범행이 용이한 곳을 선택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해당 사찰 관계자에 유골함을 돌려주는 대가로 총 200만불(한화 28억7000만원 상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무사증으로 입도한 외국인들이 범죄를 저지른 후 쉽게 해외로 도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사건 중국인 역시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기 직전 해외로 출국해 현재 경찰이 추적에 나선 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무사증을 악용해 제주가 새로운 마약 밀수 경로로 떠오르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제주를 통해 필로폰을 밀수하려던 외국인 A씨가 제주 세관에 덜미를 잡히면서다.

당시 A씨는 캄보디아에서 출발한 항공편을 타고 중국 상하이를 경유해 제주국제공항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필로폰 2㎏을 밀반입하려다가 제주 세관에 적발됐다. 필로폰 2㎏은 7만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로는 70억원 상당이다.

이 밖에도 무사증 제도를 악용해 제주에 입국한 후 무단이탈을 시도한 사건도 여럿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상당수는 무사증으로 제주에 입국한 뒤 상대적으로 검문 강도가 낮은 항만을 이용해 다른 지역으로 무단이탈을 시도하고 있으며 수법도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 재개되자 덩달아 외국인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제주경찰청이 최근 6년(2019년~2024년)간 외국인 범죄 검거 현황은 모두 3525명에 달한다.

연도별로 2019년 732명에서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629명, 2021년 505명으로 감소한 뒤 2022년 516명. 2023년 535명, 지난해 608명 등 늘어나고 있다.

국적별로 살펴보면 전체 3525명 가운데 중국인이 2353명으로 절반이 넘는 66.8%를 차지하고 있다.

범죄유형의 경우 교통 관련 범죄가 783명으로 가장 많았고 폭력 744명, 지능범 481명, 절도 378명 등 순이다. 성범죄도 73명, 강도 24명, 살인 10명 등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관광 활성화와 치안 유지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무사증 보완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 같은 범죄로 인해 도민 불안은 물론 제주 관광 이미지가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무사증으로 입국하는 경우 범죄 이력 등 조회는 한계"라면서 "치안 당국과 긴밀한 협의로 외국인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손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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