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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북동부에 자리한 히말라야 산맥을 타고 앉은 잠무카슈미르 주의 라다크(Ladakh), 그곳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아득하다. 일 년에 여름 석 달간 열릴 뿐인 라다크로 가는 길은 해발 5,325m에 자리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도로인 따글랑 라를 통과한다. 별들이 모두 쏟아져 내릴 듯한 밤의 장막을 가로지르고, 히말라야의 설산을 바라보며 사막과 같은 황량한 땅을 통과하기를 반복하다 마침내 라다크에 도착하게 된다. 겨울에는 영하 20도를 넘는 날이 8개월 이상 계속되는 척박한 땅에서 최소한의 먹을 것으로 자급자족하는 공동체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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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1.06.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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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utopia)란 현실적으로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 또는 이상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원래 영국 작가이자 정치가인 토머스 모어가 1516년 '유토피아'에서 만든 말이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인 이상향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곳을 더욱 그리워하고 동경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동서양의 작가와 철학자들도 유토피아를 다양하게 묘사해왔다. 유토피아의 역사는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이상국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동양에서는 '귀거래사'로 유명한 도원명의 작품에 등장하는 무릉도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대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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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1.05.2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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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따뜻한 달이다. 봄의 만발했던 꽃과 나무들이 찬란한 신록으로 몸 바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마음은 생동한다. 또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이어져 따뜻한 마음으로 살펴보아야 할 일이 많은 달이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세계의 많은 어린이와 어른들이 가장 감동깊게 읽는 책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롭다.' 혹은 '어른이 되고 나서 읽으니 더욱 감동적이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이런 독후감을 말하는 이유는 이 책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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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1.05.1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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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는 제임스 조이스, 마르셀 프루스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의 기수이다. 「등대로」는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인간 본성과 삶의 진실을 규명한 그녀의 대표적 소설이다.「등대로」는 1927년 발표되어 영국 문단과 대중 모두에게서 찬사를 받은 작품으로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로 알려져 있다. 위압적인 아버지 아래에서 지낸 유년 시절 작가가 느꼈던 가족 관계의 가부장주의적 폭력성에 대한 적개심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아련한 그 시절의 깊은 향수를 오롯이 담아냈다.아름다운 여름날, 헤브리디스 군도의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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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1.04.2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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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니체는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어떻게든 견뎌낼 수 있다."고 한 적이 있다. 니체의 이 말은 삶의 의미와 목표를 버리지 않는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또한 코로나 시대의 고통 속에서도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의 삶의 태도가 어떠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준다.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겪은 생사의 엇갈림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잃지 않고 인간 존엄성의 승리를 보여준 자서전적인 체험 수기이다. 작가는 잔인한 죽음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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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1.04.1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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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만사는 미리 정해진 필연적 법칙에 따라 일어나는 것인가. 사람들은 자연 현상이나 인간사는 모두 정해진 운명이기 때문에 변경시킬 수 없다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을 우리는 운명론이라고 부른다. 얼마 전 인기를 끌던 대중가요 중에 '아모르 파티'라는 노래가 있었다. 이 노래가 인기를 끈 것은 경쾌한 곡조와 재미있는 가사가 사람들의 흥미를 끈 때문이지만, 이 노래의 제목이 철학자 니체의 '운명론'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니체는 인간이 가져야 할 삶의 태도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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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1.03.2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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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도시 아를은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체취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필자가 오래전 그곳을 방문한 것은 전적으로 그를 추억하기 위함이었다. 아를에서 며칠을 보내면서 밤낮으로 고흐를 만났다. 카페에서 길모퉁이에서 정신병원에서 강변에서 고흐의 상처와 예술혼은 그대로 살아있었다. 위대한 예술작품은 한 사람이 남기는 것이지만, 그것은 두고두고 역사가 되어 남는다. 아를의 뒷골목을 배회하면서 천재는 천재다운 삶을 산다, 위대한 예술가는 일상 너머의 또 다른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세상에 적응 못하고 떠난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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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1.03.0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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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전쟁과 질병의 역사라고 일컬어진다. 그렇지만 역사상 전쟁보다는 질병으로 인해 죽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것을 보면, 인류에게 질병이 훨씬 더 위협적인 것이 분명하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질병은 항상 존재해 왔고, 삶의 환경이 달라질 때마다 새로운 질병이 나타나 인간의 생존을 위협해 왔다. 역사상 인류를 공포로 몰아세운 질병들은 수도 없이 많다.인류에게 최초의 위협적인 질병은 기원전 430년경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발생한 역병이다. 당시 아테네 인구의 4분의 1인 6만 명이 사망했고, 이 역병은 6세기 중엽에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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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1.02.2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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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451」은 미국작가 레이 브래드버리의 대표적인 SF소설(환상소설)의 하나로 꼽힌다. 「화성연대기」 「태양의 황금 사과」와 함께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소설은 인간의 생각이 통제되는 사회에 대한 경고가 담긴 디스토피아적 미래 소설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라져가는 인간의 정신세계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다.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독서란 인간의 사고와 정신을 깨어있게 만드는 지적 행위이다. 작품에서 인간사고를 깨어있고 비판적인 생각을 갖게 만드는 독서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도시는 전쟁 중이고 기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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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1.02.0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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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1869)와 「안나 카레니나」(1877) 같은 유명한 소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레프 톨스토이(1828-1910)는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대문호의 한 사람이다. 그는 소설가로서는 물론 사상가로서 일생 동안 삶과 죽음, 그리고 종교의 문제를 깊이 숙고했다.톨스토이의 생애에 대해서는 평가하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톨스토이에게서 예술과 인간 모두의 완성을 발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그를 예술가로서는 인정하되 사상가로서는 부정하는 사람도 있다톨스토이의 여러 저술 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쉽게 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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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1.01.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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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라는 정체불명의 질병으로 지난해는 모든 면에서 뒤죽박죽이 된 힘든 해였다. 한 해 동안 일상이 파괴되는 고통과 혼돈의 시간을 보냈지만, 어김없이 또다시 새로운 태양이 떠올랐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미국 소설가 헤밍웨이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헤밍웨이의 두 번째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와 함께 자전적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오늘날 우리가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질병에 고통받고 있듯이, '세계 대전'이라는 인류 역사상 유래가 없던 전쟁을 치르고 난 후 사람들은 어둠과 고통 속에서 헤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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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1.01.0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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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세상이 밝아지기는커녕 갈수록 어둠의 터널이 깊어진다. 이제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주저앉아 무지개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저 높은 무지개 너머 어딘가엔 자장가에서 들었던 곳이 있어요. 저 무지개 너머 어딘가엔 파란 하늘이 있고 그곳에서는 꿈들이 이루어지지요." 1900년에 출간된 프랭크 바움의 동화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The Wonderful Wizard of Oz)」의 한 대목이다. 원래 동화로 만들어졌지만, 어린이보다는 어른에게 더 알려진 작품이다. 제1편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가 발표된 후 13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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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0.12.2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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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세상은 어둡기만 하지만 햇살은 밝고 따뜻하다. 베란다에 길게 누워 햇살을 온 몸으로 음미한다. 마당에 어슬렁대고 다니던 노루와 애절하게 울어대던 뻐꾸기도 벌써 겨울 채비를 하러 간 것인지 이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동네 고양이가 살금살금 다가와 따듯한 햇살을 함께 하겠다는 듯 내 곁에 와 눕는다.유명한 배우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말한 적 있지만, 가까이서 내 인생을 바라보면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금세 바뀐다. 착각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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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0.12.0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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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에 파란 불이 들어왔다. 신호대기 중이던 모든 차가 활기차게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한 대의 차가 움직이지 않고 그냥 서 있다. 운전사가 소리친다.'눈이 안 보여.' 세상이 온통 뿌옇게만 보인다. 그와 접촉한 사람들은 하나둘 전염병처럼 눈이 멀어져 간다. 아내도, 안과의사도, 경찰관도, 안과 병원 진료실에 대기 중이던 사람들도. 갑자기 세상에는 눈먼 자들로 넘쳐난다.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갈 작가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는 한 도시 전체에 '실명'이라는 전염병이 퍼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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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0.11.2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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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생명 가진 모든 것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렇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이같은 흙의 진리를 외면하며 오직 하늘만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다. 오직 "좀 더! 더! 더!"를 외치며, 불가사리처럼 끊임없이 모든 것을 차지하고 먹어치우고자 하는 욕망에만 빠져들고 있다. 그 결과 지구 곳곳에서는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낯선 질병이 창궐하고, '지구의 지평'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그렇지만 인간은 좀처럼 자신의 모습과 삶을 바라보지 못한다. "네잎 클로버를 따려다가 들판의 수평이 기울어질까 봐 차마 딸 수 없었다."는 어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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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0.11.0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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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의 '오만'과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이런 감정을 본인 스스로는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자신이 이런 품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잘못된 독선에 빠지거나 그릇된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오만이란 뽐내거나 거만한 태도를 말하는 것이며, 반면에 편견은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일컫는다. 이런 감정은 아주 편협 되고 잘못된 것이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사람들로부터 흔히 보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인간 본성이다. 그러나 이런 본성으로 인해 우리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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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0.10.26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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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 툰베리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하고 기후 온난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운동(Fridays for Future)'을 촉발시킨 스웨덴의 16세 소녀이다. 그녀는 2019년 노벨 평화상 후보였으며,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은 그레타와 그 가족이 지구의 환경변화를 이루기 위해 싸워온 1년간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고 있는 책이다.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아 다른 사람들을 마주 보는 것조차 힘든 소녀 그레타는 2018년 8월, 뜨거운 어느 금요일에 학교 대신 국회 의사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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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0.10.12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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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CCTV의 위용은 거의 절대적이어서 흔히 범죄를 막는 '제3의 눈'으로 꼽힌다. 경찰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24시간 감시를 대신 해주기 때문이다. 카메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어떠한 범행 현장도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트에 필요한 물건이 있어 사러 갔다. 내부가 워낙 크다 보니 물건을 찾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게 각종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니 무엇을 어떻게 고를지도 고민거리다. 필요한 물품을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진열장 사이 작은 공간에 CCTV들이 나열된 벽면이 보인다. 그곳에서는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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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0.09.2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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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은 자전거였다. 아버지로부터 선물 받은 귀중한 물건이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아이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씽씽 달려가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신이 난다. 그렇지만 요즘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거나 볼일을 보러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이제 우리는 집 밖을 나서는 즉시 자동차를 타지 않고는 한 걸음도 이동할 수 없게 되었다. 겨우 몇 킬로미터를 가는 데도 차를 타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자력 이동능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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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0.09.07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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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와 시기는 인간의 본성적 심리 중의 하나로 일컬어진다. 질투는 경쟁자의 성취나 이득에 대한 부러움을 의미하며, 특히 대상의 사랑을 차지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질투는 흔히 사랑하는 사람을 독차지하고자 하는 심리 상태를 수반하여 일차적 대상과 독점적인 관계를 맺으려는 소망이 점차 다른 대상에게로 옮겨지게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그 목적은 욕구 충족이나 관심만이 아니라 경쟁자를 제거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소망도 포함된다.질투와 시기의 심리는 개인은 물론 집단에도 엄청난 불행을 가져오게 된다. 고대 그리스의 영웅 서사시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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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0.08.24 2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