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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저기 '길'이다. '눈만 뜨면 새로운 길이 만들어 진다'는 말은 안타깝게도 사실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없이 일주일 버티기에 도전했던 누군가처럼 하루 한 번 이상 '길'과 부대끼지 않고는 생활하는 것은 무모할 정도다. 길과 함께 '제주'를 더듬어가는 과정은 실크로드나 누들로드처럼 광활한 거리감은 없지만 그 안에 응축된 것들로 웅대하다. 특정한 무엇으로 정의할 수 없는, 하지만 '제주'라는 말 하나로 가슴을 내주는 것들을 서슴없이 밟고 더듬었다. 그렇게 오래 묵었던 숨을 토해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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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미 기자
2012.04.1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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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유배의 기억 넘어 근·현대사 그늘 벗어나지 못해일제 군사기지·섯알오름 ‘백조일손’ 등 아릿한 동통과 동행 무언가가 땅 밑으로 끌어내리는 느낌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 길에만 서면, 그저 그 길만 생각하면 그렇다. 그러고 보면 이렇게 사연이 많기도 힘들다. 어느 순간 편하게 마음 한 번 내려놓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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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미 기자
2012.03.2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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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사람을 실어 날랐다. 삶을 위해 목숨을 내건 길이기도 했고, 살아남기 위해 조공을 보내던 길이기도 했다. 그냥 사람이 아니라 '유배'란 수식어가 덧씌워진 이들의 미련이 뚝뚝 떨어져 섬을 이룬 길이었다. 한 때 사람보다 귀한 대접을 받았던 말을 실어 나르고, 한 시절을 풍미했던 옹기가 건너오던 길. '뱃길'이다. 섬이라는 영역적 한계를 허무는 키워드기도 하다. # 근세 옹기뱃길을 더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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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미 기자
2012.03.2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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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길'이다. 섬 땅 어디에 소금길이란 길이 있었을까. 있었다. 섬이어서 더 구하기 어려웠던 소금은 그 것을 유일한 생계 수단으로 삼았던 사람들에게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소금을 구하러, 또 소금과 먹을 것을 바꾸러 다니던 길은 아직도 끈적끈적한 소금기가 남아있는 듯 싶다. 그저 느낌이다. # 돈이나 쌀보다 귀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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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미 기자
2012.03.0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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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구룡포에 인연을 맺은 '삼춘'이 기억은 맴맴 제자리를 돌고 또 돈다. 바람 탓이다, 세월 탓이다 했지만 그들을 기억하지 않은 우리 탓도 있다. "아이고 아야 먼데까지 어찌 왔누"하는 소리 뒤로 '미안합니다'하는 말이 메아리처럼 울린다. 터거덕 터거덕. 간이 손수레 바퀴가 연신 아스팔트를 쳐댄다. 하루 일을 간신히 마치고 귀가를 서두르는 어머니들의 걸음이 바쁘다. 누가 기다리는 것도, 가서 할 일도 없다. 그저 습관이다. # "시집오면 물질은 안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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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미 기자
2012.02.2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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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바람'이라고 불러도 섬 바람과 땅끝 바람은 엄연히 다르다. 섬 바람이 휘휘 바다를 내달려 거침이 없다면 땅끝 바람은 조금은 주춤하는 기세가 매섭다. 누가 허리라도 붙드는 냥 온몸을 뒤흔들며 버둥대는 모양새에 슬쩍 기가 죽는다. 그래도 그 뿐이다. 그 바람을 뚫고, 섬에서는 북쪽 낯선 찬 기운까지 보태진 바다에 제주 어머니들은 몸을 던지고 또 세월을 건진다. #멈춤과 의지의 마디 아로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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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미 기자
2012.02.1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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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을 하러 나서던, 묵직한 망사리로 힘겨웠던 기억들“물숨 아닌 세월이 잠녀 잡아”…‘풍중’대신 ‘도로명’자리 고개만 돌리면 바다가 있다. 물질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 했을 만큼 제주에서 태어난 여성들에게 바다는 숙명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디 기침소리라도 들릴까. 눈을 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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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미 기자
2012.02.08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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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걸음만 넘어도 차를 탄다는데 일부러 발 도장을 찍는 일이 슬쩍 번거로워지기 시작한다. 찬바람을 탓하고, 날씨 이유를 대고, 궁시렁 궁시렁 하늘이며 땅에 하소연을 해본다. 발품을 팔아야만 가슴을 내놓는 것들에게는 미안할 따름이다. 해안을 따라 걷는 길. 무언가가 슬그머니 옷깃을 잡는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높게 또는 낮게 쌓아올려진 돌담을 등지고 만난 해안가 방사탑들이다. # 솥과 밥주걱에 담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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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미 기자
2012.02.0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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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루시오가 실어다 준 종·사람·문화 토착화도전·운명 개척의 역사 인문환경으로 승화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서 굴레와 같은 글자가 하나 있다. 황천과 조난을 상징하는 '표(漂)'자다.척박했던 섬 땅에서 살아가기 위해 바다를 나섰던 사람들에게 미래는 예측하기 힘든 것이었다. 변화무쌍한 자연 앞에서 속수무책 목숨을 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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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미 기자
2012.01.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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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한 목숨 길·새로운 문명의 관문 등 하나둘 소실문화콘텐츠 활용 기대감 '가치'평가 없이는 무용지물제주 바람은 아무도 못 말린다. 거기에 겨울이라는 계절까지 등에 업으면 그 기세가 더 등등하다. 그 바람을 뚫고 바다에 나가야 했던 섬사람들의 발길과 한숨으로 반질반질 닳고 닳은 길목에 섰다. 섬에서는 더 없이 소중한 바다 밭으로 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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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미 기자
2011.12.2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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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 공식 유래 고려 충렬왕 2년 수평산 지역 말 도착부터세종 11년 마정(馬政) 위해 축조…시간 품은 채로 오늘까지 바람이 불고 비까지 내리는 날에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대록산과 소록산 사이에 난길을 따라가면 볼 수 있다는 말만 믿고 산을 탔다. 오랜 역사 속에 원형 그대로 보존됐다는 흔적이다. 아니면 요즘 스타일로 길이 쭉 하고 나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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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미 기자
2011.12.12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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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생존 위한 활로에서 소통 공간 넘어 이동 통로로새로운 환경의 열림 의미 부여 불구 옛 사진 속 아쉬움 지난 2006년 개봉한 디즈니-픽사 스튜디오의 일곱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카’. 번쩍이는 빨간 몸체에 자신감으로 가득한 라이트닝 맥퀸이란 주인공은 벌써 수년째 아이들의 혼을 빼놓고 있다. ‘길’을 더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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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미 기자
2011.10.3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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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하나면 어디서든 원하는 지리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좋은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옛 길'은 그 방대한 정보 속에서도 찾을 방법이 없다. 마냥 망설여지던 '옛 지도' 대신 훨씬 말쑥하게 정리된 지도 하나를 챙겼다. 그래도 눈앞이 '캄캄'이다. 이럴 때는 아날로그식이 최선이다. 짐은 가능한 가볍게, 편안 신발과 얼굴을 조금 두껍게 만들고 길을 나선다. 발바닥에 스믈스믈 동통이 올라올 즈음, 멀게 느껴졌던 길이 가깝게 다가온다. # 제주성을 즈려밟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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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미 기자
2011.10.1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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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도시개발 미명 아래 하나 둘 사라진 섬의 모세혈관현존 최고(最古) ‘한라장촉’ 등 옛 지도·기억에만 남은 길 “소금 맨들앙 쇠에 실렁 이 마을 저 마을 댕기멍 보리도 바꽝 오곡, 조도 바꽝 오곡 했주. 구엄 땅이 물왓이란 비가 오민 농사도 잘 안 되곡 해부난 소금을 안 만들민 살질 못했주&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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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미 기자
2011.09.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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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다. 「아큐정전(阿Q正傳)」등을 쓴 중국 문학가 겸 사상가 루쉰의 소설 '고향'의 매 마지막 구설처럼 "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란 것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이나 마찬가지다. 원래 땅 위에는 길이란 게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제주에 많은 길이 만들어지고, 또 허물어지고 있다. 어떤 길은 단 5분을 줄이기 위해 직선이 되고, 어떤 길은 느릿느릿 세상과 만나기 위해 '발'만을 허용한다. 하지만 단순히 '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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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미 기자
2011.09.05 0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