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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은 "우리의 진정한 마음은 비어 있는 상태이며,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마음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한 적 있다. 이는 우리의 내면에 가득 찬 부정적인 감정을 잘 다스릴 줄 알아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매일 온갖 세상의 소음에 둘러싸인 채 타인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고, 갖은 욕망과 집착에 휩싸여 살아야 하는 현대인에게 이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자신을 괴롭히는 부정하고 어두운 마음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어떻게 해야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 평온한 마음을 간직할 수 있을까?삶의 많은 생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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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5.02.0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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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인류의 탄생과 함께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물음이다. 사람들은 한 번도 행복해 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행복해지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며 행복에 집착한다. 행복해 질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대가도 치르고 어떤 가치도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평등·인권·사랑과 같은 이념은 모두 이 세상을 영위해 가는 데 있어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들이지만,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못하다면 이들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여긴다. 정치가들도 한결같이 '국민의 행복'을 구호로 외친다. 국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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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5.01.1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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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해가 밝아온다. 새해를 맞아도 우리의 삶이 크게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한두 가지씩의 소망을 품는다. 새해에는 더욱 건강해지기를, 부자가 되기를, 집안이 행복하고 가족이 안녕하기를…그렇지만 지금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하여 누구도 쉽게 낙관적인 답변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절망하고 있고, 서민들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에 아우성이고,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지도층은 여전히 제 몫 찾기에만 혈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회구성원은 진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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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4.12.3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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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는 순간부터 하루는 생각으로 시작한다. 오늘의 할 일, 누군가와의 약속, 어딘가로 보내야 할 원고, 하루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생각으로 끝난다.밥을 먹을 때면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고, 만나는 사람과 무슨 말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길을 걸을 때면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생각한다. 모든 행동은 생각을 통하여 비로소 이루어진다.반면에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면 생각 없이 무심코 살아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배가 고프니 밥을 먹고, 생각 없이 사람들을 대면하고, 그저 잠이 오니 잠을 자는 때도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다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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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4.12.1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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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 가장 비운의 인물은 프로메테우스와 아틀라스가 아닌가 한다. 아틀라스의 아버지는 이아페토스이며, 어머니는 오케아노스의 딸인 클리메네이다. 그는 티탄 신족과 올림피아 신들과의 싸움에서 티탄 신족의 편을 들었고, 그로 인해 제우스로부터 평생 지구의 서쪽 끝에서 손과 머리로 하늘을 떠받치고 있으라는 형벌을 받았다.아틀라스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와는 형제간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불쌍히 여긴 나머지 인간에게 불을 전해주고 고행의 삶을 살아가게 되지만, 신과 인간, 문명과 야만, 혼돈과 질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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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4.12.0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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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다시 보았다. 영화는 덴마크의 여류소설가 카렌 블릭센의 자서전적 소설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다. 소설은 놀라운 서정과 생동감 넘치는 아프리카 대지와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름다운 서사가 어우러지고 있다. 소설의 제목인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로마 시대 작가 플리니우스의 "아프리카로부터는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이 생겨난다(Out of Africa always something new)"라는 문장에서 따왔다고 한다. 작품에서는 인간과 자연, 자연과 문명이 어떠한 관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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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4.11.1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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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던 더위와 장마로 아우성치던 여름이 지나갔다. 올해는 가을 소식이 유독 늦게 왔다. 며칠 사이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또 다른 계절을 재촉하는 듯하다. 가을바람은 단순한 바람 소리가 아니고 가을의 잎새도 단순한 잎새가 아니다. 지난 여름에 웬만큼 지친 탓인지 단풍들도 왠지 활기찬 생기를 찾지 못한 모습이다. 나뭇잎에는 초록색을 띠는 엽록소 외에도 여러 개의 색소가 있다고 한다. 올여름에는 초록이 워낙 짙었던 때문인지 숨죽이고 있던 노랗고 붉은 색소가 가을이 되니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다. 나뭇잎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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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4.11.04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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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눈을 뜨면 귓가에는 온갖 소리가 들린다. 아니, 소리 때문에 눈을 뜨게 된다. 이 세상은 소리로 가득 차 있고,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상이 소리로 구성된 것은 조물주가 세상을 만들 때부터 생겨난 일이다.성경의 「창세기」 첫머리에 "하느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말은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소리가 빛을 가져온 것임을 이야기해주면서 우주가 시작되자마자 소리(말씀)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 부처님의 말씀을 담은 「법화경」은 관세음보살의 "이 소리를 만나면 수행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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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4.10.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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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생동안 수많은 대상을 바라보면서 살아간다. 눈을 뜨면 시간을 보기 위해 시계를, 가족들의 얼굴을, 손에 잡히는 휴대폰을 확인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우리가 보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다. 인생과 세상을 생각하고 인식하기 위한 마음의 눈도 있다. 세상과 사물에 대한 관점의 차이는 어떻게 생각하고 인식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것은 바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관조의 눈과 사색에서 나오는 것이다. 관조와 사색이란 오늘날에서 삶을 이해하기 위해 요구되는 조건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 그리스어에서 테오리아(the-oria)는 '바라본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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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4.10.0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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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네델란드의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에서 렘브란트의 대표작 '야경'을 오랜 시간 감상한 적이 있다. 렘브란트의 대표작이자 불멸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 그림은 외견상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투쟁하는 네덜란드의 시민민병대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림에는 렘브란트 말년의 쓸쓸하고 궁핍한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렘브란트는 빛에서 어둠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한 작가였다. 빛이 화려할수록 영혼의 빛은 흐려진다고 생각하면서 어둠을 표현해 내기 위해 밤에만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에 의하면 빛이 남기는 어둠은 한 장의 거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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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4.09.2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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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은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가장 소중한 연결고리이다. 흙은 식물과 동물의 서식지이며 인간은 흙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자연의 뿌리가 되는 흙은 인간과 세상의 근본을 이루게 되는 터전이다. 태초에 조물주는 인간을 흙으로 빚었다고 한다.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라고 성서에는 기록되어 있다. 흙으로 빚어져 흙을 경작하고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고 한다면, 인간의 모든 것은 흙으로 시작하여 흙으로 끝난다고 하겠다. 이런 사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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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4.09.0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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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에도 칸나는 피었다. 폭염과 장마가 유난히 심했던 여름이었지만 정원의 뒤란에서 칸나는 화염처럼 불타올랐다. 칸나의 표정과 몸짓은 언제나 단호하고 비정하다. 뜨거운 햇살에 맞서 도도하게 서 있던 칸나는 가까이 접근해도 좀처럼 옆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헐벗고 영세한 가슴에도 칸나가 피었느냐고 물어 온다. 여름 내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폭염으로 견딜 수 없다고 아우성이었다. 기상이변이라 불리는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이야기한다. 지난겨울 어렵사리 찾아갔던 남극 지역 파타고니아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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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4.08.1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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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은 유난히 덥고 지루한 날의 연속이다. 어디서나 사람들은 폭염으로 견딜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사계절이 분명한 나라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계절마다 기후와 대기의 변화가 갈수록 심해져 가는 것이 문제이다. 기상이변이라 불리는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이야기한다. 실제로 지난겨울 어렵사리 찾아갔던 남극 근처 파타고니아의 주민들도 빙하 지역에서 얼음이 녹아내리는 속도가 해마다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을 기후학자들은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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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4.08.0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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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물속에서 생명은 탄생하고 물에 의해서 양육되고 성장하게 된다. 물은 생명 활동을 위해서 필수적일 뿐 아니라, 인간의 다양한 생산활동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인간이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고, 세계 4대 문명이 모두 큰 강 유역에서 일어나 발전해 온 것을 보면 이런 사실은 잘 알 수 있다. 물은 강·호수·바다 등 다양하게 그 모습을 바꿔가며, 지구상의 모든 존재를 연결하고 있다. 물은 정해진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담는 그릇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그 어느 것도 거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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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4.07.2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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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신발이다. 어느 집 현관에서는 신발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지만, 신발이 이리저리 흐트러져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집도 있다. 어릴 적에는 신발의 모습을 보며 주인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신발을 볼 때면 아버지가 집에 있는지 아니면 출타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신발을 문학 작품으로 그려낸 작가와 시인들은 많지만, 그림으로 그려낸 화가들도 많다. 신발을 그려낸 예술가로 빈센트 반 고흐에 견줄만한 사람은 없다. 고흐는 구두, 해바라기, 그리고 의자와 같은 사물을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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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4.07.0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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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 어느 집 담장에 흐드러지게 핀 능소화 모습을 오랫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화려한 꽃잎과 우아한 자태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여름의 대표적인 꽃이다. 여름이 오면 어느새 능소화가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 주황빛 꽃잎을 피우며 주변을 환하게 밝혀준다. 능소화는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온 꽃이다. 능소화가 담장을 타고 높이 자라는 특징을 잘 나타내주듯이 한자로 '凌霄花',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능소화에는 아름다운 전설이 담겨 있다. 옛날 어느 마을에 한 소녀가 살았는데, 그녀는 너무나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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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4.06.2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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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에는 걸핏하면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달려가곤 했다. 흔들리는 기차의 진동과 소음에 몸을 맡기고 낯선 세계로 달려가던 시간의 경이로운 기억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기차가 떠나고 도착하는 많은 역에서 사람들의 표정을 바라보고 그들의 모습을 엿보는 일은 곧 누군가의 인생을 생각하는 일과 같이 여겨졌다.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것은 삶과 세상에 대한 사색이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함께 가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물으면서 나와 열차는 하나가 되어갔다. 더구나 낮의 빛을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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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4.06.1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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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기억하는 동물이면서 동시에 망각하는 동물이라 일컬어진다. 우리는 흔히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기억력이 좋다는 것은 머릿속에 넓은 기억의 공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만큼 많은 사유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망각은 인간의 두뇌 활동에서 자연스레 일어나는 현상으로 어떤 사실을 잊어버림을 말한다. 망각 작용으로 인해 그 어떤 기억도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며 아예 머릿속에서 잊히기도 한다.나이가 들어 두뇌의 노화로 건망증이 생기면 중요한 일을 놓쳐버려 일상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사람 이름을 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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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4.05.2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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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천지가 초록으로 물들었다. 산천초목이 온통 초록 물감을 뒤집어쓰고 있다. 산은 산대로 들은 들대로 풀은 풀대로 푸르다.화려한 연두색 치마처럼 펄럭이던 봄은 가고 신록의 풀과 나무가 춤을 춘다. 푸른 풀밭을 밟고 있으면 세상은 거대한 녹색의 정원이다. 여린 나무 이파리들은 촉촉한 윤기를 뿜어내고 새들은 숲속 나무와 풀 사이에서 숨바꼭질하면서 지저귄다. 숲속에서 온갖 자연의 소리에 귀를 세우고 심호흡을 하다 보면 세상에 시달린 영혼은 맑게 회복된다. 한반도에는 4500여 종의 식물이 살아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1500여 종의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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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4.05.1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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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절정에 이른 듯 숲과 거리에는 온통 초록빛으로 뒤덮였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몸바꾸어가는 아름다운 색채의 향연은 신비롭다. 산책하는 숲길에는 초록 물결이 출렁인다. 봄볕을 받고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는 나뭇잎은 약동하는 생명의 모습이다. 눈을 감아도 눈 바깥에서 봄이 일렁인다. 생명이란 어김이 없이 발호하듯 일어나 세상을 뒤엎는다. 5월은 색의 파노라마이며 생명에게 절정의 경지다. 눈이 부시게 초록빛 광채를 내는 신록의 절정. 흔히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른다. 왜 신록예찬이 나왔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 나왔는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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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4.04.29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