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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서 온통 갈내음이 풍기는 계절이다. 처서 지나 추석 앞두고 제주의 바람은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와 마른 풀냄새를 사방으로 실어 나른다.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이 서로 안부를 묻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이 석상 위에 올려 진다. 한 조상의 자손이라 할지라도 사는 처지가 다르고 생각들이 달라 세상인심이 내 맘 같지 않구나 하는 생각에 누군가는 서글퍼지기도 할 터이다. 어느 밭 한 곁에 있는 무덤가에 풀이 말끔하게 정리되었다. 둥그런 봉분 한 귀퉁이가 움푹 패기도 하였으나 말끔히 깎은 머리가 시원스럽다. 산담도 없고 비석도 없는 무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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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 문학박사·제주대 스토리텔링 강사
2019.09.0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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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이익과 공익적 가치 실현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프로젝트 지역마을 단순지원 넘어 경제협력 이익 극대화일자리 창출, 지역공동체 강화, 사회공헌 등 선도적 역할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지역사회 동반성장 실현과 마을공동체 강화를 위해 마을기업 설립 및 운영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경제 조직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포부도 밝히고 있다. JDC는 제주형 사회적 경제를 육성해 지역상생, 알자리 창출, 공공가치 실현 등 사회공헌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민일보사는 JDC의 지원·후원으로 성공의 길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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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기자
2019.08.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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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류장 옆을 지나가는데 구슬손가방을 든 할머니 한 분이 말을 걸어온다. 신산모르를 어떻게 가냐는 것이다. 신산모르 어디를 가시냐고 묻자 서해아파트, 수협 등의 건물 이름을 말한다. 버스정류장 안내시스템이 말해주는 대로 341번을 타시라고 하니, 고개만 갸웃거린다. 안되겠다 싶어 341번 버스가 오는 걸 기다려 타시라고 안내하고 길을 걷는데 자꾸만 할머니 모습이 아른거린다. 노인들이 살아가기는 참 어려운 세상이다. 가게 간판을 봐도 온통 외래어이고, 영어 제목이 너무 많다. 어디를 찾아 가려고 해도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 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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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 문학박사·제주대 스토리텔링 강사
2019.08.1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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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물산업 육성 추진 불구 성장속도 느려 한계점 봉착제주 지하수 등 경제적 가치 높아 타 지역보다 급속도 성장청정 및 지속성 확보 전제 수자원 고부가산업화 성장 견인제주도의 지하수는 청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유지한다면 최고의 경제적 자산이다. 제주삼다수가 전국 먹는 샘물의 시장을 50% 정도 점유하면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는 것도 제주수자원 자체의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앞으로 제주형 물산업 발전기반 조성과 함께 새로운 물산업을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추진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급성장하는 물산업물산업은 물이 순환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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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기자
2019.08.1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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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 풍덩 빠지고 싶은 계절이다. 사방에서 열덩이들이 몰려와 사람을 흐느적거리게 한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뉴스와 백색국가 제외 뉴스는 피를 거꾸로 돌게 한다. 그래도 견뎌야 하는 계절이라는 게 서럽다. 이런 날은 소나기가 제일이다. 하지만 오락가락 하는 비와 태풍은 농부의 마음을 무너지게 하고 있다. 양파·마늘가격 폭락으로 댕강대강 목숨이 날아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총체적 난국이다. 어디 가서 이 한풀이를 할 것인가. 도요새 한 마리가 제 몸 겨우 지탱할만한 바위에 올라서서 물을 쳐다보고 있다. 그 깊은 눈에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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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 문학박사·제주대 스토리텔링 강사
2019.08.0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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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유역 이용가능량 대비 취수량 356% 과다이용 심각 조절 시급중산간 곶자왈 등 오염원 차단 등으로 하류지역 수질·수량 높여야지하수자원 관리구역 면적 대폭 확대 물로 제도적 미비점 개선 필요물순환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 제주의 수자원 보전·관리대책의 최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 유역별 총량관리와 지하수 주 함양지역 관리체계 강화,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 확대 등 수질등급과 함께 지역·구역별 지하수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관측자료 기반 유역별 지하수 총량관리제주도 전체 지하수의 지속이용 가능량 대비 취수허가량은 83% 수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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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기자
2019.07.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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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지역 불구 상수와 농업용 따라 관리기준 제각각 관리 미흡지역별 수질 A등급시 용도 상관없이 먹는물 기준 유지 방안마련축산분뇨 비료 등 오염원 관리·강화 도물정책과 지하수 업무 주도제주지하수는 청정하고 무한한 자원이 아니다.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일부지역에서는 수질이 나빠졌고, 계속 문제를 방치할 경우 상수용으로 사용하지 못할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 이 때문에 관정중심의 관리정책에서 지하수 수질 특성에 따라 환경기준을 설정하고, '수질등급별 관리'를 도입해야 할 시기다.△용도별 지하수 관리 허점제주도는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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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기자
2019.07.0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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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것들이 가끔 그리울 때가 있다. 나이가 드는가 싶다가도 어쩌면 잃어버린 나의 반쪽 같은 마음에 애절해진다. 최근에는 토란잎이 그렇게 보고 싶었다. 토란잎이 뭐라고 이런 감정일까 한참을 헤아려보았다. 아련히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기억은 영천동 양마단지 언덕배기로 이미 달려가 있다. 45년이나 지난 흑백풍경이다. 코흘리개 행숙이가 보현이네 마당 담벼락에 붙어 말을 못하고 있다. '보현아 놀자'라고 말해야 하는데, 입에서 말을 떼는 게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다. 마당 안에서 누가 신발 끄는 소리가 들리니 얼른 토란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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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 문학박사·제주대 스토리텔링 강사
2019.07.0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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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상수도·농업용수 유수율 전국 최하 지하수 의존도 높아두 개의 용수공급체계 연계 활용방안 넓히고 통합관리 구축 필요대형저수조 설치 등 용천수, 빗물, 하후 처리수 활용도 높여야제주지하수는 청정성을 유지하며 무한한 수자원으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체계적인 관리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지하수 사용량이 급증했고, 물 부족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용수공급체계의 효율적 이용과 대체수자원 활용으로 지하수 의존도를 낮추고 지속가능한 '제주형 통합 물이용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제주형 용수공급시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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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기자
2019.06.2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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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오를 때마다 숫자를 세는 습관이 있다. 47, 98, 63…,108, 이번에 오른 계단의 수는 108개였다. 유수암리 절산을 오를 때 세어본 계단의 숫자다. 마을에서 이 곳을 찾은 이들에게 수행하는 기분을 느껴보라며 108개의 계단을 만든 듯싶다. 숫자를 세는 것만으로도 수행이 될 것이다. 마음은 이 곳에 머무를 수 있으니. 절산에 올라 잠시 땀을 식힌 후 서둘러 내려왔다. 오늘은 마을 안팎을 두루두루 살피고 싶었다. 평화로가 생기면서 늘 스치고 지나가던 마을이라 빚진 마음도 더러 있었으리라. '금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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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 문학박사·제주대 스토리텔링 강사
2019.06.2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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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이처럼 환한 적막을 가진 이름이 또 있을까. 문 밖만 나서도 보이고, 마음만 먹으면 다 가질 수 있을 것 같으나 다가가면 갈수록 점점 더 멀어지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은 게 바다다. 잊은 척 외면해 있다가도 친구를 불러내듯 바다를 찾게 된다. 늘 가까이 있는 존재는 사랑의 대상이기 보다는 원망 혹은 무례함의 대상이기 쉽다. 부모가 그렇고, 형제가 그렇고, 친구가 그렇다. 바다는 내가 아무 때고 문 열고 들어가서는 대자로 뻗어서 "물 달라.", "밥 달라." 큰 소리 펑펑 치게 된다. 내 무례함의 극치를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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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 문학박사·제주대 스토리텔링 강사
2019.06.1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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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중등국어교육연구회(회장 김경도)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과 제민일보사가 후원하는 제30회 전도 중·고등학교 한뫼문학백일장이 지난 8일 아라중학교에서 열렸다. 총 210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룬 이번 행사는 해가 거듭될수록 명실상부 도내 최대의 권위 있는 학생 백일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학교급별로 운문 부문과 산문 부문으로 나뉘어 열린 이번 행사는 '길, 달팽이, 그릇'(중학교부), '결, 유튜브, 습지, 간세'(고등학교부)를 제재로 해 실시됐다. 고등학교부 운문 박민정(서귀포여고 2),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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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식 기자
2019.06.0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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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령리 마을 안길을 걷는데 선인장 군락이 길과 집 안팎을 둘러싸고 마치 보초를 서고 있는 듯하다. 무명천 할머니 삶터에 들러 향을 피워 잠시 묵상을 하고 마당에서 나와 앉았다. 마당 어귀 수도 가에는 녹이 슨 뚜껑이 덮인 큰 항아리 하나, 그 앞에 작은 항아리 하나, 금이 간 빨단 대야, 양은세숫대야, 검은 대야 위에 또 빨간 대야가 엎어져 있다. 먼지 낀 채로 덩그러니 놓여 있는 항아리와 대야들이 할머니의 작은 살림이 어찌했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총상을 입은 턱에 친친 감은 무명천을 남의 눈을 피해 대야에 물을 받아 빨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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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 문학박사·제주대 스토리텔링 강사
2019.05.2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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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012·2017년 아시아 첫 3차 인증4차목표 손상감시시스템·사고예방 강화제주도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국제안전도시 3차 공인에 성공하며 국제안전도시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다졌다. 제주소방안전본부는 오는 2022년 제주 국제안전도시 4차 공인을 목표로 지역 안전망 확충과 사고예방에 소방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제주지역의 인구·관광객 급증, 차량 증가, 개발사업 추진 등에 따른 사고손상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안전도시의 지속가능성 담보는 중요한 과제로 남고 있다. 관 주도의 일방향 추진이 아닌 '도민 모두가 함께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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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박시영 기자
2019.05.1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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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뜨락에 등꽃이 활짝 피었다. 책을 반납하고 서둘러 돌아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등꽃 핀 그늘 아래 앉아 숨을 고른다. 연보랏빛 향이 온몸을 마사지하듯 부드럽게 퍼진다. 오랜만에 여유를 부리며 호강을 한다. 이런 게 호강이라면 얼마든지 하련만 쉽지 않은 일이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저절로 노래가 나온다. '이게 목련꽃이 아니라 등꽃이지' 하는 생각에 이르렀을 즈음, "이미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고 있다. 등꽃은 연보랏빛의 콩꼬투리를 주렁주렁 매단 것 같은 형상으로 땅을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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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 문학박사·제주대 스토리텔링 강사
2019.05.1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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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전화벨만 울려도 가슴이 콩닥거린다. 어머니가 아프시다는 얘길 듣고부터이다. 나이가 들수록 여기저기 잦은 병치레는 예견된 것이지만 실제가 되고나니 괜스레 마음이 무겁고 죄스러운 마음이 크다.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안다. 병원에 모시고 가서 의사에 말에 귀 기울이는 일 정도가 고작이다. 병원 대기실에 어머니와 함께 앉았는데, 어머니는 자꾸 손을 만지작거린다. 불안하신 모양이다. 어머니 쪽으로 몸을 기울여 어머니 손을 잡아본다. 차갑고 깡마르다. 이 손을 평생 놀리셨으니 몸이 성할 리 없다. 어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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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 문학박사·제주대 스토리텔링 강사
2019.04.2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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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보전 묶일 보상비 1조원대 추정…재원마련 방안은 전무주민들만 '날벼락'…피해 방지할 지역국회의원 의정역량 시급원희룡 도정은 1조원대의 사유지 보상비 마련이 불투명함에도 곶자왈 보호지역 근거를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이달말 예정된 4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사유지 수백만평을 개발이 불가능한 '원형보전지역'으로 묶을 계획이다. 따라서 지난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한 6단계 제도개선 과제 가운데 곶자왈 보호지역 근거를 담은 1개 조항을 삭제, 주민 피해를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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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석·김용현 기자
2019.04.1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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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수렴 없이 29㎢ 개발행위 금지한 '곶자왈 보호지역' 묶어구좌·조천·한림·한경·대정·애월·성산 등 7개 지역주민 피해 늘어용역물 공개 않아 주민들 깜깜이…원 도정은 밀어붙이기 일관재산권 제약 제주특별법 개정 혈안돼 마을단위 집단반발 직면 원희룡 제주도정의 곶자왈 보전정책이 주민 위에 군림하는 갑질 정책으로 변질되고 있다. 사유지 29㎢(870만평)를 개발이 불가능한 '신규 곶자왈 지대'로 지정하면서도 토지소유자 등 이해관계인에게 알리지 않는 '밀실행정'으로 밀어붙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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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석·김용현 기자
2019.04.1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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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국립공원·절대보전지역 면적 확대원도정 사유재산권 침해 "브레이크가 없다"토지주 의견 배제한 채 전문가 주도로 일방통행 추진도의회, 갈등 초래한 일방적 추진·과도한 행정 질타원희룡 제주도정의 사유재산권 침해가 도를 넘고 있다. 원 도정이 환경보전의 필요성을 앞세워 곶자왈·국립공원·절대보전지역 면적을 현행 보다 확대함으로써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한 주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사유재산권 침해 도 넘어원 도정은 환경보존을 내세워 기존 한라산국립공원에 오름, 곶자왈과 우도·추자 등 해양도립공원을 추가하는 제주국립공원 확대정책을
진행 연재
박훈석·김지석 기자
2019.04.1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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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에 딱 좋은 날씨다. 조금만 걸어도 여기저기서 봄단장 하는 소리가 들린다. 움츠렸던 겨울을 벗고 있는 것이다. 이불 빨래를 널어 논 베란다도 보이고, 아파트 나뭇가지에 빨랫줄을 걸어놓고 겨울옷을 말리고 있는 풍경도 보인다. 벚꽃 나무는 꽃 진자리가 아직 여물지 않았는지 불그스름 생채기가 보이면서도 파릇파릇 새순이 돋아나고 있다. 싱그럽다고 하기에는 아직 더딘 봄이다. 요즘은 지나는 사람들의 가슴께를 자주 쳐다보게 된다. 유난히도 동백꽃 배지가 눈에 띈다. 말은 하지 않지만 제주도민 누구나가 4·3의 아픔을 침묵으로서 다독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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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 문학박사·제주대 스토리텔링 강사
2019.04.15 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