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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비늘고사리는 제주도의 저지대에 아주 흔하다. 곶자왈에서도 햇빛이 잘 드는 바위틈이나 경사진 곳 또는 절개지에 자란다. 마을에서도 보이는데 주로 돌담의 틈에서 나온다. 상록성이라서 겨울에도 싱싱해 보인다. 간혹 눈이 내린 곶자왈에서 반 정도 묻힌 푸른 식물체를 보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한라산을 관통하는 간선도로의 절개지에도 자라고, 오름의 진입로나 절개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곶자왈을 비롯한 제주도의 저지대에 아주 흔한 식물이다. 이들이 특히 절개면에 잘 정착하는 것은 햇빛을 좋아하면서 물기가 있는 환경을 선호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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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제주생명의 숲 국민운동 상임공동대표
2019.07.2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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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숲 곶자왈의 환경은 독특한 면이 있다. 땅이 용암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뚜렷한 특징이다. 그런데 이 용암이라는 땅이 화산활동으로 분출한 마그마가 굳어진 암석 정도로만 알았다간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부닥치게 되곤 하는 것이다. 이 용암이 만들어질 당시의 환경과 용암 자체의 물성이 너무나 다양해서 곶자왈의 환경도 다양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더하여 제주도의 곶자왈은 비록 좁은 지역에 형성되어 있지만 해발고와 지형이 다양하고, 강수량을 비롯한 기상현상도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좁은 지역에 다양한 식물이 분포하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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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제주생명의 숲 국민운동 상임공동대표
2019.07.1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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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넉줄고사리과인 줄 알고 있다가 지금은 줄고사리과로 소속이 분리된 줄고사리라는 양치식물이 있다. 줄고사리 종류들은 전 세계에 20종 정도가 알려져 있는데 동남아시아, 네팔, 인도, 아프리카, 남북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등 열대지역에 널리 분포한다. 중국에는 5종이 있고, 일본에는 3종이 있는데 한국에는 1종만이 있다. 이 종은 필자가 제주도 서부지역의 동굴입구에 자라는 것들을 발견했는데 2005년 문명옥박사 등과 함께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줄고사리라고 부르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아주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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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제주생명의 숲 국민운동 상임공동대표
2019.06.3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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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줄고사리라는 양치식물이 있다. 나무나 바위에 붙어사는 착생식물이다. 간혹 상당히 건조함직한 바위에도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은 습기가 많은 바위나 나무 표면에 붙어 있다. 곶자왈 중에서는 주로 해발고가 다소 높은 낙엽활엽수림에 산다. 아주 늙은 구실잣밤나무 등걸에 붙어 있는 것을 빼고는 여타의 상록수에서는 여간해서 보기 어렵다. 이것은 이 식물이 유독 상록활엽수를 싫어한다기보다 어느 정도 햇빛이 들어오는 곳을 선호하는 특성 때문일 것이다.이 종은 넉줄고사리과에 속하는데 세계적으로 35종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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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제주생명의 숲 국민운동 상임공동대표
2019.06.1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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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쨍 내리쬐는 햇빛으로 달구어진 바위는 얼마나 뜨거울까?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는 식물이 있다. 석위라는 양치식물이다.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곳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친척 종들과는 사뭇 다르다. 생식에는 물이 필수적이니 물기가 많은 곳이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려면 쉽게 마르지 않는 음지가 적격이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인 생태를 갖는 것이니 상당히 예외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위나 나무줄기에 붙는 줄기는 직경이 약 3-4㎜ 정도다. 이런 줄기가 바위의 표면을 촘촘하게 기면서 서로 얽혀 마치 그물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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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제주생명의 숲 국민운동 상임공동대표
2019.05.1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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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과 크기가 마치 콩 조각 같다. 색깔만 진한 녹색을 띨 뿐이다. 나무 등걸이나 바위, 돌무더기, 돌담에도 다닥다닥 붙는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도 검은 색깔이 진한 뿌리가 보인다. 좀 더 자세히 보면 덩굴 같은 것이 보인다. 표면에는 갈색의 비늘이 붙어 있다. 굵기가 불과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가느다란 줄기다. 이게 바위나 나무 등걸에 달라붙는다. 이 식물이 없는 곶자왈은 없다. 콩짜개덩굴이다. 이처럼 땅에 뿌리를 박고 살지 않고 다른 물체에 달라붙어 사는 식물을 착생식물이라고 한다. 좁은 의미에서는 식물의 표면에 붙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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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제주생명의 숲 국민운동 상임공동대표
2019.04.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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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라는 고사리가 있다. 양치식물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고사리라고 표현하는 것은 고사리처럼 식용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이 고비를 식용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어쩌면 먹을 수 없는 고사리라고 여기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육지 사람들은 이 고사리를 아주 즐겨 먹는다. 북한이나 만주사람들도 먹고, 일본사람들도 식용하며, 저 멀리 티베트사람들도 먹는다고 한다. 아주 건조하지 않은 양지바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보통 50㎝에서 잘 자란 것은 80㎝에 달하는 것들도 볼 수 있다. 어린잎은 돌돌말린 모습으로 나오는데 시간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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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제주생명의 숲 국민운동 상임공동대표
2019.04.1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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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제주도 산야에는 고사리가 지천으로 돋아나고 있다. 제주도 며느리들은 이때만 돌아오면 평소에는 가지 않던 산으로 들로 나간다. 고사리를 꺾기 위해서다. 과도하다고할 정도로 집착한다. 그러면 어머니를 찾는 자식들의 아우성도 철을 만난 듯 들려오는 것이다. 고사리 꺾는데 몰두하다보면 길을 잃기 일쑤다. 고사리는 먹기 위해서 꺾는다. 그래도 더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제사상에 올리기 위함이다. 다른 건 몰라도 제사를 모시는데 고사리는 필수적이다. 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른다. 그러니 며느리들은 제사를 잘 모시기 위해서 아주 깨끗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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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제주생명의 숲 국민운동 상임공동대표
2019.03.3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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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빛나는 것이 별인데 왠 검은 별. 제주도에 자라는 식물 이름에 별고사리가 있다. 검은별고사리도 있다. 제주도에서 가장 흔한 고사리는 어떤 종일까. 일일이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이 별고리일 듯싶다. 제주도의 저지대에 이 고사리가 없는 곳은 없을 것이다. 길가에서 흔히 보이고, 밭담주변, 야산이나 계곡의 사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이 식물이 없는 곶자왈도 없을 것이다. 곶자왈의 가운데로 난 길가, 도랑, 돌무더기나 바위틈에서도 흔히 보인다. 억새밭이나 새왓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런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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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한라산 생태문화 연구소장
2019.03.1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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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숲 곶자왈은 다른 숲에 비해서 이색적인 식물이 많은 게 특징 중의 특징이다. 따뜻하고 비가 많이 오는 우리나라 최남단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쪽이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만이 아니라 낮은 지역이라는 지형적 특성도 여기엔 한몫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모두가 따뜻하고 습하다는 환경을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한 가지 덧붙인다면 오랜 세월 훼손하지 않고 잘 보존해 온 덕분이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그래서 곶자왈은 종 다양성이 높은 곳이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놓고 보면 곶자왈에는 다른데 살지 않는 식물들이 많다는 얘기가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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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한라산 생태문화 연구소장
2019.03.0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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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은 멀리서 보면 울창한 숲이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갈수록 연주에 몰두해 있는 오케스트라다. 악기들은 저마다의 소리를 내는데 정신이 없다. 소리야말로악기의 특성이다. 크다고 큰 소리를 내는 것도 아니고 단순하게 생겼다고 소리까지 단순한 건 더욱 아니다. 소리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무게도 없고 공간도 차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많은 악기와 연주자와 온갖 장치와 조명과 시설을 갖추는 노력을 기꺼이 감수하는 이유는 그 자체의 가치 때문이 아니라 그저 파동일 뿐이지만 아름다운 소리를 위해서다.용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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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한라산 생태문화 연구소장
2019.02.1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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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새과는 그 모양 때문에 말총과로도 부르는데, 학명(Equisetum)도 라틴어 말을 뜻하는 '에쿠스(equus)'와 강모(털)를 뜻하는 '세타(seta)'를 결합해 만들었다.속새식물들은 현재의 지구환경에는 맞지 않는지 이 과에는 속새속 하나뿐이며 그나마 15종 밖에 없다. 슈도보르니아라는 종은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전에 살았던 친척이다. 약 3억7500만 년 전인 데본기 후기에 살았다.살아있는 모든 속새식물들은 속새속이라고 하는 하나의 속에 들어 있지만 화석종들은 그렇지만은 않다. 과학자들은 중생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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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한라산 생태문화 연구소장
2019.01.2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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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참으로 수상하다. 고사리를 뜻하는 고비에 접두어 '쇠'가 붙었다. 그 앞에 다시 도깨비가 붙었으니 세 단어가 합쳐서 하나의 고유명사를 형성했다. 보통 식물 이름에서 쇠라는 단어는 소 혹은 쇠를 의미할 때 사용한다. '쇠무릎'에서는 소의 무릎과 같은 마디가 있는 풀이라는 뜻이고, '쇠줄고사리'에서는 철사처럼 가늘고 질긴 줄이라는 뜻으로 사용했다.도깨비는 무엇인가. '능청맞고 변덕이 심한 아비라는 뜻의 돗 아비에서 온 말이다. 우리 민간 설화나 동화 같은 데에 자주 등장하는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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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한라산 생태문화 연구소장
2018.12.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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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수가 주를 이루는 용암 숲에 가면 더부살이고사리를 볼 수 있다. 서광, 청수, 안덕곶자왈에서 비교적 흔한데 상록수로 되어 있는 숲에서도 비교적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는 많이 자란다. 이런 곳은 주변의 바위나 함께 자라는 식물들의 자람세만 보더라도 뭔가 건조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높이는 보통 50㎝ 내외, 잘 자란 것은 80㎝에 달하는 것도 있다. 잎몸의 나비는 20~30㎝ 정도다. 잎자루나 잎의 뒷면에는 비늘조각이 붙어 있지만 표면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 반짝이는 빛깔을 가지고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아주 아름답게 느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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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한라산 생태문화 연구소장
2018.12.1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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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을 탐방하다보면 아주 크게 자라는 양치식물을 만나게 된다. 줄기는 가늘지만 높이가 1.5m는 넘긴다. 대부분의 식물도감에서 이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이 식물의 신장 생장 특징은 좀 남다른 데가 있다. 스스로 곧추 설 수 있는 능력도 없으면서 그렇다고 다른 물체, 예컨대 나무나 바위 위를 기거나 감아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그냥 슬그머니 기대어 자란다. 그러니 담쟁이처럼 흡착근도 없고 호박이나 하늘타리처럼 덩굴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칡처럼 다른 물체를 칭칭 감는 건 더욱 아니다.그러니 기댈 나무가 주위에 없으면 그냥 버틸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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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한라산 생태문화 연구소장
2018.12.0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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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속식물 중에서 가장 하등한 식물은 솔잎란이라고 알고 있던 때가 있었다. 사실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존귀하므로 우등하다, 열등하다, 고등하다, 하등하다는 말들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와 같은 서열을 내포하는 용어는 점차 쓰지 않는 추세이다. 대신에 원시형인가 파생형인가 하는 말로 대체하는 경향이다. 됐몸에 관속을 갖춘다는 것은 물이나 영양염류를 다른 곳으로 운반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물이나 또 다른 매질에 섞여 사는 생물체에서 관속은 의미가 없다. 그냥 그대로 흡수나 확산에 의해서 몸 전체로 퍼질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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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한라산 생태문화 연구소장
2018.11.1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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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식물은 관다발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종자식물과 같다. 그러나 종자 대신 포자를 생산한다는 점에선 다르다. 그런데 이 포자라는 것이 또한 기묘해서 이게 발아하면 어미식물과 같은 모양으로 자라지 않는 것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야 하는데 부모와는 전혀 딴판인 자식이 태어나는 것이다. 마치 나비가 알을 낳아 부화하면 나비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벌레가 생기는 것과 같다. 이 벌레를 나비라 해야 할까 아니면 또 다른 종이라고 해야 하나. 나비와 그 애벌레의 관계를 모르면 이런 혼란에 빠질 수 있게 된다. 양치식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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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한라산 생태문화 연구소장
2018.10.2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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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의 특산식물, 전 세계적으로 제주도 곶자왈에만 자라는 고유식물로 제주고사리삼이 유명하다. 그런데 곶자왈 고유식물은 그 외에도 또 있다. 제주고사리삼은 양치식물에 속하지만 지난 회에 이어 석송, 뱀톱, 부처손 등 석송식물에 대해 알아보는 김에 또 다른 식물도 짚고 넘어가자. 곶자왈을 탐방하다보면 간간이 물이 고여 있는 곳을 지나게 된다. 작으면 수십에서 크면 수백 제곱미터쯤 된다. 우기에는 이보다 훨씬 넓은 습지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런 곳에 마치 부추처럼 생긴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알고 보면 의외의 식물이라서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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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한라산 생태문화 연구소장
2018.10.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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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는 관다발이 있다. 관속이라고도 하는 이 조직은 정교하게 설계돼 있어서 잎에서 만들어진 탄수화물은 뿌리로,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광물질들은 잎으로 서로 섞이지 않게 이동할 수 있다.그런데 일부 식물에서는 이 조직이 없거나 아주 단순한 원시형태로 돼 있다. 양치식물은 포자로 생식한다는 점에서는 이끼식물과 닮았지만 이끼식물에는 없는 관다발이 있다는 점에서는 꽃피는 식물과 닮았다. 그래서 전통적으로는 포자로 생식하면서 관다발이 있는 식물들을 모두 뭉뚱그려서 양치식물이라고 했다. 곶자왈에서 발견되는 석송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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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한라산 생태문화 연구소장
2018.09.3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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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숲은 바닷가에서 해발 600m까지 넓게 펼쳐져 있다. 그러니 숲을 이루는 나무들도 다양하다. 아무래도 고지대로 올라갈수록 추워지기 때문에 상록수보다는 낙엽수가 많아진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지표면에 사는 작은 식물들도 달라지게 마련이다.상록수인 종가시나무숲에서는 가는쇠고사리가 다른 종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많이 자라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건조한 조건일수록 더욱 그랬다. 그렇다면 낙엽수 숲은 어떤지 들어가 보자.교래곶자왈은 비교적 고지대여서 낙엽수들이 많다. 그 중 일부는 거의 모두가 낙엽수로 되어 있다. 이런 곳에도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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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한라산 생태문화 연구소장
2018.09.09 16:19